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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낭만을 선물한 크리스마스 장식 경쟁

장수아 사회부 기자

장수아 사회부 기자

한 해가 저물며 12월 초부터 이어진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끝이 났다.  미국에서 보낸 첫 크리스마스는 꽤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20년을 넘게 살았던 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보통 연인들의 날이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데이트를 한다.  
 
처음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을 때, 추수감사절 직후부터 온 동네가 떠들썩한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가는 곳마다 캐럴이 나왔고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트리와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주택이 곳곳에 있었다.  
 
각 가정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자 더 낯설었다. 주방에서는 크리스마스 쿠키를 구웠고, 벽 선반에는 커다란 양말을 가족 수만큼 걸어두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거실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가족들은 귀여운 오너먼트를 사서 손수 하나씩 걸었다. 곧 열어볼 선물을 일부러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두는 것도 참 다감하게 보였다.  
 
감명 깊었던 것은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자 하는 문화였다. 혹여나 산타가 찾아오지 못할까 봐 주소가 적힌 카드를 산타에게 보내고, 이브 날 밤 바쁜 산타를 위해 카드 옆에 쿠키와 우유 한 잔을 함께 놓아둔다는 얘기는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미국 크리스마스 문화가 처음부터 가족 중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미국의 상류층은 예의를 갖춘 독일 문화를 선망했고 그런 가정의 분위기를 무례하고 천박해 보였던 미국 서민층가정에도 이식하고자 했다. 당시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가족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뉴욕 거리는 크리스마스 때면 취객들의 고성방가와 싸움이 난무했다. 당시 보잘것없는 미국의 크리스마스 풍습이었다.
 
그러던 시기에  부유한 뉴욕 시의원이었던 존 핀타드는 산타클로스의 원형인 ‘성 니콜라스(St. Nicholas)’를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할아버지로 변신시켜 소개했다. 그는 뉴욕 거리에 가난한 노동자들이 많아지는 것을 위험하다고 판단한 인물이기도 하다.
 
핀타드의 친구였던 클레멘트 무어는 1823년 ‘성 니콜라스의 방문(A Visit of St. Nicholas)’이라는 시를 출간해 산타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보편화시켰다. 그때부터 산타클로스 이미지가 대중화되면서 노동자들이 술에 취해 거리에서 떠들썩하게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반사회적 구습이고 자녀들과 즐기는 가족 중심의 크리스마스가 정상적인 크리스마스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정착한 미국의 크리스마스 문화가 이제는 너무 과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집집마다 열을 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집 외관 장식은 이웃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경쟁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세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지의 니컬러스 라우드 기자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를 본받으려는 부유한 도시인들이나 최신 조명들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됐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매년 크리스마스 장식에 6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8000만 채 이상의 주택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1억 5000만 개 이상의 조명이 판매된다.
 
논란은 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이웃집의 전구 장식과 거실에 놓인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저녁 식사를 하는 건 꽤 근사하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예쁜 장식 덕에 동네를 운전하는 내내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낭만과 즐거움을 선물한다면 경쟁이 과열되어도 나쁠 건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장수아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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