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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매머드 레이크를 다녀와서

최성규 베스트영어훈련원장

최성규 베스트영어훈련원장

가끔 깊은 숲이 주는 기운과 위로를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오랫동안 좋아하는 곳을 가지 못했다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진해진다. 그래서 매머드 레이크로 향했다.
 
매머드 레이크는 캘리포니아의 모노 카운티 매머드산(해발 3370m) 아래에 있는 숲속의 도시다. 숲과 고즈넉한 분위기의 호수들, 폭포, 스키장들이 있다.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채 깊은 계곡이 쌓인 눈과 함께 생각을 심연으로 젖어 들게 하는 곳이다.
 
395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면 만나는 비숍은 단풍구경을 위해 여러 번 다녀왔지만, 이곳은 들리지 못했었다. 이곳에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크고 높은 스키장이 있어, 미국 국가 대표팀이 훈련하는 곳이다. 숲과 어우러진 목조호텔과 리조트들도 아름답다.
 
숙소에서 보이는 짙은 초록의 숲, 밤새 꺼지지 않은 큰 모닥불이 싸늘한 바람과 함께 겨울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 주는 곳이었다. 월든의 저자 소로의 “모든 새로운 경험은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말처럼 자연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찾아가 볼 만한 곳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비숍을 지나 다시 인디펜던스라는 작은 마을을 조금 지나면 오른쪽에 만자나 사적지가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황량한 벌판에 방문자센터 등 몇 개의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다. 표지판이 여기가 2차 대전 때 캘리포니아에 살던 일본인들을 강제 수용했던 곳임을 알려준다. 지금은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일본인들은 1800년대 후반 하와이 농업 이민을 시작으로 1900년대 초에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살았다. 그런데 1942년 일본군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고 일본 잠수함이 캘리포니아 연안까지와 포사격을 가하자 미군은 일본군의 상륙에 대비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일본인들의 스파이 활동 등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10여 개의 수용소를 지어 이들을 강제 수용하기로 결정한다. 그중 한 곳이 만자나 수용소다. 전국적으로 12만 명, 이곳에는 1만여 명이 수용됐다. 황량한 벌판에 세워진 막사에는 공용 화장실과 목욕 시설밖에 없었다. 여름 한낮에는 화씨 110도까지 오르고 겨울밤은 추운 사막 기후다. 그들은 포고령이 떨어진 후 며칠 만에 트렁크 두 개와 포크, 스푼 등 개인 소지품만 들고 집을 떠나야 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2,3세는 물론 미군에 복무 중이던 일본인 5000명도 강제 수용되었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을 봤다. 북한군 특수부대에 의해 일거에 백악관이 점령당하고 대통령이 인질이 되는 영화다. 괴한들은 우리말을 쓰고,우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왜 이 흙먼지 날리는 벌판에서 이 영화 생각이 날까?
 
세계 2차 대전으로 미국인은 수십만, 일본인은 수백만이 죽었다. 이런 두 나라가 지금은 가장 가까운 우방이 되어 서로 협력하고 있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지난 역사가 만든 어떤 매듭이라도 풀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선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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