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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수상한 신부님

박종진

박종진

자신의 정체를 잊은 채 과학 발전에 큰 획을 그은 수상한 신부님 몇 분을 소개한다.  
 
신학 박사학위를 가진 코페르니쿠스는 폴란드의 한 고장에서 대주교를 지냈는데, 그렇게 신부님까지 했던 사람이 감히 지구가 더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살던 시절에는 세상의 중심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였고,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위임 받은 피조물이 바로 우리 인간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에워싸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고는 반기독이며 신성모독이었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는 유사 이래 변함없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 중심 우주관을 하루 아침에 뒤집었다.  
 
오스트리아의 시골에서 농부의 자녀로 태어난 멘델은 어렸을 적부터 농사일을 하며 자랐다. 그는 나중에 가톨릭 사제가 되었지만, 수도원 뒤뜰에 완두콩을 재배하면서 알아낸 것을 토대로 유전 법칙을 확립했다. 그의 업적은 살았을 때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가 죽은 후 그가 이룩한 유전 법칙은 다윈의 진화론에 못지않은 과학적인 성과였기 때문에 그는 인류 최초로 유전학을 시작한 과학자로 자리매김하였다.  
 
멘델 신부는 어렸을 적에 했던 농사와 원예 일에 관심이 많아서 뜨락에 과일나무를 심고 더 많은 수확을 위해서 연구했다. 특히 수도원 뜰에서 가꾼 완두콩을 이리저리 교배시켜서 얻은 수많은 잡종을 분석한 결과 유전에는 어떤 원리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유전 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생전에 수도원 동료와 그 지방 사람들에게는 존경 받았던 신부님이었지만, 학계에서는 무시당했다.
조르주 르메트르는 벨기에 태생의 사제로 로마 교황청 과학원장을 지냈고 나중에는 몬시뇰 칭호를 받았다. 몬시뇰이란 가톨릭에서 큰 공적이 있는 신부에게 주는 명예 칭호일 뿐 어떤 지위나 직책은 아니지만, 비록 추기경이나 주교 서품은 받지 않았어도 교회에 공을 세운 교황 직속 사제 정도의 호칭이다.  


 
젊은 르메트르 신부가 그 유명한 솔베이 회의에 참관하러 갔을 때 아버지뻘 되는 아인슈타인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주창한 우주론을 역설했지만, 당시 한창 잘 나가던 아인슈타인의 빈축을 샀다고 한다. 시대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영원불변이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젊은 천주교 신부가 우주는 큰 폭발로 생겨났으며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말에 화를 냈다. 르메트르 신부는 태초에 우주는 부피가 거의 없는 원시 원자가 폭발해서 생겼으며 그 후 계속해서 팽창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아 출신의 술주정뱅이 천문학자 가모프가 그의 이론을 지지했지만, 르메트르의 생각이 워낙 진취적이어서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오죽하면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한 사람이 라디오 대담 프로에 나와서 우주가 '꽝' 하는 폭발로 시작했다더라는 비아냥으로 그의 이론은 '빅뱅(Big Bang)'이라는 우스갯소리로 전락했다. 
 
르메트르 신부는 은퇴 후 요양 병원 신세를 지던 중에 벨 연구소 전기 기술자가 인공위성 수신 안테나를 정비하던 중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는 바람에 그의 빅뱅 이론은 현재 천체물리학의 대세가 되었다. 임종을 앞둔 르메트르 신부는 자기의 이론이 증명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자신의 믿음을 지키면서 그런 훌륭한 공적을 남기신 수상한 세 분 신부님께 경의를 표한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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