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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필수 조건 된 한인단체 세대교체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한인단체장 선거에 관심이 없어진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최근 재미 대한 오렌지카운티체육회 차기 회장 선거 과정에서 입후보자가 나서지 않자 정철승 선거관리위원장이 한 말이다. 정 위원장은 “체육회장 후보에 등록하는 이가 없어 한 차례  등록 기간을 연장했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시대가 많이 바뀐 것 같다”라며 씁쓸해했다. 체육회 임원들은 결국 최재석 현 회장 연임 안 가결로 돌파구를 찾았다.
 
OC체육회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문득 20년쯤 전 박진방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초대 회장이 취재 과정에서 기자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당시 박 회장은 “미국의 소수계 이민 1세가 세운 커뮤니티 단체는 30년이 지나면 거의 없어지더라. 한인단체들도 시간이 흐르면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박 회장은 중국계와 일본계 커뮤니티의 예를 들었다. 중국계는 이민 역사가 매우 오래됐지만, 중국 본토 출신 이민자들이 설립한 단체 중 남아있는 곳은 거의 없고, 현재 볼 수 있는 중국계 단체는 대만계 이민자들이 비교적 최근 설립한 단체들뿐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또 일본계 1세가 설립한 단체는 이미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민 1세들이 2세, 3세에게 영어만 가르친 사례가 많아 후세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미국 사회에 동화된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한인단체의 미래에 관해 “일본계 단체보다는 오래 남겠지만, 이민 역사가 50년을 넘길 때면 고비를 맞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OC한인사회의 태동 시점이 1970년대 중반이니, 2~3년 뒤부터는 설립 50년을 맞는 단체들이 등장하게 된다.
 
당시 박 회장은 3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신규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 기회가 없기 때문에 단체의 필요성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인 1세는 타인종과 잘 섞이지 않고 뭉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일본계보다는 단체의 수명이 길 것으로 내다봤다.  셋째, 한인 1세와 2세, 3세가 각기 단체에 기대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민 1세를 위해 설립된 단체의 효용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또 1세와 후세의 언어, 문화적 장벽 때문에 세대교체가 어려워 1세의 고령화와 함께 단체의 명맥도 끊어지기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현재, 박 회장의 전망은 많은 부분에서 현실이 됐다. 한인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주로 2세, 3세의 출생에 따른 것이며 신규 이민자 유입은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다. 게다가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한인단체가 과거에 비해 활력을 잃고 있다. 과거 한인단체를 이끌던 주력이 40~50대였다면 지금은 60~70대다.
 
세대 교체는 여전히 많은 단체의 숙제다. 1세에만 의존하는 단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면, 1세와 1.5~2세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타인종의 참여까지 끌어낸 일부 단체는 규모가 커지고 재정적으로도 튼튼해지고 있다. 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 푸른 초장의 집, 한미가정상담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대교체엔 2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1세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더 젊은 1세가 단체를 이끄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1세 단체에 1.5세, 2세, 3세가 참여하고 결국 그들이 단체를 이끌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OC지역 한인단체에선 첫 번째 방식의 세대교체가 주를 이뤘다. 앞으로는 두 가지 세대교체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각 단체마다 설립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단체가 2세 영입에 몰두할 필요는 없다. 단, 단체의 역사가 앞으로도 지속하길 바란다면 세대교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인단체들은 OC한인사회의 자산이기도 하다. 단체들이 세대교체를 통해 과거의 활력과 역동성을 되찾길 바란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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