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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비틀스의 환생과 인공지능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전설의 비틀스가 환생했다는 소식이 한동안 큰 화제였다. 버려졌던 노래가 인공지능 덕에 45년 만에 새 생명을 얻고 다시 살아났고, 소식이 알려지자 단숨에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니 관심을 끌 만도 하다. 비틀스 멤버 네 명이 모두 참여한 작품으로는 1996년 ‘리얼 러브(Real Love)’ 이후 27년 만의 신곡이자 마지막 노래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노래 ‘나우 앤 덴(Now And Then)’을 들어보니, 별로 새로울 것 없는 그저 그런 옛날식 사랑노래로 느껴졌다. 존 레넌이 피아노 반주에 목소리를 얹어 노래했던 1977년 당시의 정서가 진하게 남아있는 노래….
 
“모든 것이 다 당신 덕분이라는 걸 나는 알아요. 만일 내가 이겨낸다면 그것도 모두 당신 덕이라는 걸 나는 알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내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요.”
 
아마도 어쩌면, 그런 짙은 아날로그 정서, ‘향수 팔이’가 큰 인기를 모은 것 같다. 특히 30대 레넌의 목소리와 80대 매카트니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하모니, 아련한 감성과 풍성한 사운드는 뭉클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노래가 환생한 뒷 사연을 알고 나면, 신비롭기도 하고 더럭 겁이 나기도 한다. 30대 레넌의 목소리, 50대 해리슨이 연주한 기타 소리, 80대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연주, 목소리가 시공간을 초월해 한데 어우러진 노래, 죽은 자와 산 자가 4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함께 만든 노래라니! 공상과학소설이 현실로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링고 스타는 “실제로 우리가 같은 공간에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모두에게 감동적인 순간이었고, 존이 마치 진짜 그곳에 있는 것 같았다. 엄청났다”고 전했고, 존 레넌의 아들 션 레넌은 이렇게 기쁨을 표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가 모두 함께 비틀스의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정말 큰 감동이었다. 마치 타임캡슐을 탄 것 같았다, 정말 뜻깊은 순간이었다.”
 
그런 감동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의 힘, 즉 인공지능의 음성복제기술이었다. 인공지능이 현실에는 없는 새로운 비틀스를 창조한 것이다. ‘나우 앤 덴’은 ‘가끔은’ 또는 ‘때로는’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고, ‘그때나 지금이나’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때와 지금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첨단기술이었다. 인공지능은 이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허문다. 놀라운 일이다.
 
인공지능이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해낼까?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완벽하게 완성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려나?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부른 노래가 1위에 등극하는 인공지능 시대, 예술과 불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음악뿐이 아니다. 문학, 미술, 영화 등 예술 모든 장르에서 인공지능은 이미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예술이나 예술가가 설 자리마저 없어질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현실이다.  
 
결국 남는 것은 지식이 아닌 감성의 세계, 마음, 영성 등의 정신적인 것일 텐데, 지금 인간들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건강한가? 라는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인공지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규제 방안을 진지하게 의논하는 것이다. AI 통제를 위한 ‘세계 정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의 엄중한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 강력한 AI의 부상은 인간에게 최고 또는 최악의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 결과가 무엇일지 모른다.”-스티븐 호킹 박사
 
인공지능은 원자력 처럼 양날의 칼이라는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비틀스의 ‘나우 앤 덴’을 들으니 한층 더 복잡하고 서글퍼진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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