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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한인 캥거루족 늘어

뉴욕시 비싼 렌트와 생활비로 독립하기 어려워
Z세대 젊은층 5명 중 4명은 부모와 함께 생활

#. 퀸즈에 거주 중인 한인 약사 김 모 씨(29)는 취업 후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뉴욕시 렌트 가격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씨는 “렌트가 워낙 비싸져서 독립하면 숨만 쉬어도 한 달에 최소 3000달러는 쓰게 될 텐데, 막상 나가 살 생각을 하면 그 돈이 아깝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 몇 년 전 결혼 후 브루클린에서 2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모 씨(33)는 맞벌이 부부지만 베이비시터를 따로 두지 않았다. 부모님이 함께 거주하며 퇴근 전까지 아이를 돌봐 주기 때문이다. 그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면 시간당 40~50달러는 줘야 하는데, 아이 미래 교육비를 생각하면 지금 돈을 아껴 두는 게 낫다는 판단에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고 함께 거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고물가에 독립 대신 부모님과 함께 살기를 선택한 ‘캥거루족’ 한인들이 늘고 있다. 허리띠 매도 버티기 힘든 뉴욕의 렌트 가격과 생활비를 감안했을 때 독립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판단에서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 집에서 함께 사는 이들을 일컫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 사이 캥거루족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렌트 조사업체인 ‘렌트카페(RentCaf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에 거주 중인 Z세대(1997~2012년생) 215만 명 중 79%, M세대(1981~1996년생) 124만 명 중 28%가 부모 등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 Z세대 캥거루족 비율 68%, M세대 20%보다 높은 수치다.  
 
한인들은 독립을 늦추는 가장 큰 원인으로 ‘비싼 렌트 가격’을 꼽았다. 김 씨는 “예전에는 맨해튼 거주자들만 큰 렌트 부담을 느꼈다면, 지금은 그 범위가 외곽 지역까지 넓어졌다”며 “이제는 플러싱 등 퀸즈 외곽 지역 스튜디오에 살아도 1000달러 후반~2000달러가량 내야 하니, 혼자 살면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영위할 비용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외곽 지역도 더 이상 고물가 안전지대가 아니란 얘기다.  
 
이와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렌트카페는 뉴욕시 MZ세대 40% 이상(Z세대 47%, M세대 41%)은 최소 향후 2년 동안 캥거루족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한 20대 한인은 “부모님과 함께 살면 취미 생활도 즐기고 재테크도 할 수 있는데, 굳이 그걸 포기해 가면서까지 독립할 이유가 있나 싶다”며 “자유를 희생하면 그에 따른 혜택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독립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hye@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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