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관계
그렇다면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우선 인권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위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 인간은 우주의 전체를 이루는 한 부분으로서 창조주로부터 지음 받은 피조물이다. 하나님의 창조 역사 중 그의 형상을 지닌 유일한 존재다. 그러기에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는 인간 존재의 사실과 본성 양면에 창조주를 개입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인권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사람 가치에 상응하게, 사람으로서 충실히 그 존재 목적을 실현하며 살아갈 수 있는 자연적, 절대적, 종합적 권리를 의미한다. 그러기에 어떤 정치체제나 구조도 인간을 위한 조직과 방편이지, 인간 가치 이상으로 평가되거나 인간 목적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 역시 인간의 무한한 개별적, 사회적 존재가치를 이념적, 실제로 인정하는 사상이다. 그러기에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의 진정한 개념은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경제적 안정, 사회와 문화적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그 혜택을 향유할 기회, 그리고 각자 인간으로서의 목적과 가치를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제도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고 그 혜택을 향유하기 전에, 우선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에 따른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책임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의무이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나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행동을 요구하는 창조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사회의 상호관계성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시스템공학에서 사용하는 신뢰도 계산법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어떤 시스템이 100개의 나무 조각을 연결해서 만든 물통이라고 가정할 때, 99개의 나무 조각이 아무리 잘 맞물려 있다고 해도 그중 한 조각의 높이가 낮으면 물이 그쪽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이것은 1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99개 부품의 신용도가 완벽해도, 그중 한 부품의 신용도가 낮으면 전체 시스템의 신용도가 그 부품의 신용도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이론이다. 나 자신을 사회라는 물통의 한 나무 조각으로 볼 때, 만일 나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물통 속에 담긴 물이 나로 인해 흘러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각 개인은 사회와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나 홀로인 개인은 없다. 내가 존재하는 것도 결국은 이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이웃의 허다한 마음이 모여 하나의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바로 정립하지 않고서는 나 자신의 삶을 제대로 정립할 수 없다. 나에 대한 어떤 결정은 나의 인간상을 만들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형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나의 선택에는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이 포함되는 것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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