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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소중한 감사 절기

김효남 HCMA 채플린 본부 디렉터

김효남 HCMA 채플린 본부 디렉터

만약 감사절기가 없었다면 매년 이맘때 우리는 무슨 생각으로 한 해의 삶을 정리할까. 이러한 절기가 있으니 한 번쯤 걸어온 한 해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의 삶은 물질문명에 압도되어서인지 그 목적이나 의미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면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오랫동안 병원임상목회를 하면서 많은 중환자를 만나며 배운 바 크다. 그중 하나가 방문하는 중환자분들의 언어·인종·직업·문화를 넘어 내면의 공통적 갈망을 나눌 때 겸손하게 그리고 엄중히 듣는 영적 스토리가 그것이다. 그 마음의 갈망 우선순위는 예상되는 투병시간 연장과 같은 실존의 과제보다 실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을 보았다.  오히려 자기 삶의 의미에 대한 주제로 돌아가 얘기하고픈 데 있음을 배웠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어떤 것일까 하는 질문에 이르면 기다림의 맑은 시선으로 마주하는 것을 보았다.
 
‘함께하는 삶(Life Together)’의 저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독일 나치정귄 치하에서  ‘고백하는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다 처형됐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역사를 뒤돌아본다면, 그는 당시 자기 민족은 물론 고통받는 다른 민족에 대해서도 ‘신성한 책임’을 통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는 공동체와 함께 하는 삶과 고독하게 홀로 선 삶에 대해 말하면서 그 모든 삶의 의미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에 대해 고뇌했다. 두 개의 삶을 서로 상충하지 않는 영적 실체로 본 것이다.  
 
한 해의 이맘때 우리는 한 가지 감사의 제목을 빚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각자 삶의 모양이 다르니 자신의 것을 가져 보자. 특별히 지금도 지구 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 소식은 누구에게나 숨 막히는 가슴 통증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전쟁터의 아이들 울음소리는 모두에게 아프게 들릴 것이다. 그뿐인가, 그 여파로 우리 모두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작거나 크거나 느끼는 때이다.  이러한 아픔은 몸과 마음과 영혼에 복합적으로 악영향을  끼침으로 이를 잘 다스려야 한다.  
 
복합적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개인의 문화적 환경을 고려하여 슬픔을 바라보는 안목, 심신이 약해지지 않도록 식사를 중시하는 식이요법, 양면성을 가진 슬픔의 모순에 빠져들지 않는 이성적 사고, 그리고 영적 대처이다.  감사의 제목을 빚으며 영혼이 홀로 소망의 이유를 찾는 훈련은 좋은 영적 대처 가운데 하나라 하겠다.
 
올해의 감사 제목은 물질문명식 표현은 잠시 제쳐두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부탁과 특유의 감사 이유를 기억해 보는 것도 큰 특권이라 하겠다.  
 
이 계절에 주시는 성서의 음성을 듣는다. “주께 감사하라, 주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주께서 나를 돕는 자 중에 계시니라.”    
 
우리의 여정과 동행하시는 변함없는 돕는 자를 함께 고백함이 영적 분수령이 되어서 우리가 느끼는 현재의  곤고함을 넘어 가정마다 일터마다 모두가 소망과 열매를 맛보는 감사의 계절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김효남/ HCMA 디렉터·미주장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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