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계속 기록되어야 할 한인 이민 역사
한인의 미국 이민 역사는 1903년 1월 13일 한인 102명이 하와이 땅을 밟으면서 시작됐다. 그 후, 1905년까지 7000명이 넘는 한인들이 ‘풍요로운 땅’이라고 생각하며 미국에 도착했지만 이민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사탕수수,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하는 등 이민역사는 땀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땀의 결실로 이민 선조들은 점차 미국 생활에 정착해 갔다. 한인 이민 역사는 한마디로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날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는 한인 이민 역사를 음악으로 표현한 이진영 감독의 ‘하와이 연가’가 였다. 하와이 연가는 총 3부작으로 꿈, 도약, 평화와 화합이라는 소제목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풀어냈다. 특히 바이올린과 비올라 등으로 ‘희망가’, ‘봄이 오면’, ‘상록수’를 연주하며 이민 선조들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이 영화의 1편은 한인 이민 선조들의 첫 이민 이야기인 ‘그들의 발자취’, 2편은 사진 신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성’, 3편은 나병 환자 수용소였던 칼라우파파 섬에 추방됐던 한인 이민 선조들의 이야기인 ‘몰로카이의 한센병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하와이 몰로카이 섬 북쪽 해안의 칼라우파파 반도는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비극적인 과거를 감추고 있다. 1848년 하와이에서 처음 나병이 발병했고, 이후 빠른 속도로 확산하자 관계 당국은 칼라우파파 반도에 강제 수용센터를 만들었다.
하와이 연가는 나병 환자로 의심받아 억울하게 칼라우파파로 추방당한 첫 한인 김춘석과 나병으로 가족과 떨어져 격리된 한인 49명의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진영 감독은 “중학생인 내 딸과 친구들, 다음 세대가 선조 세대들이 어떤 희생과 사랑으로 이 자리까지 왔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와이 연가를 기획하게 됐다”며 “만국 공통어인 음악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인 이민 역사를 한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일까 생각하다 음악을 생각하게 됐다. 음악 중에서도 우리를 잘 나타낼 수 있는 한국 노래를 사용해 한국의 이민 역사 문화도 함께 알리자는 목적으로 음악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확산 원인을 아시안에게 돌리며 한인을 포함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급증했었다. 이를 계기로 한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고 역사를 공부해야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이민 역사를 아는 것은 타 커뮤니티의 한인 사회 이해도를 높이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미주 한인들은 지금도 이민 역사의 중심에 서 있다. 이민 선조들의 삶을 통해 한인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미주 한인 역사는 계속 이어져 후손들에게 또 다른 역사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써 내려 가야 한다.
이진영 감독은 아름다운 하와이의 자연에 가려진 아픈 역사를 통해 한인 이민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의 뒤에는 그 아름다움을 위한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의 미주 한인 사회가 가능한 것은 120년 전 선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듯이 현세대의 한인들은 선조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해 나가야 한다.
김예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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