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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원폭 피해 2만3천명 한국인 외면

피해 한국인 1·2세 간담회
피폭자 10명 중 1명이나 돼
“미국, 핵무기 금지 동참해야”

지난 18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1?2세 등으로 구성된 방미증언단이 LA한인타운 인근 ?한인 노숙자 쉼터?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원폭 피해 1세대 강윤자씨가 원자폭탄 투하 당시 참상을 전하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인 원폭 피해자 1?2세 등으로 구성된 방미증언단이 LA한인타운 인근 ?한인 노숙자 쉼터?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원폭 피해 1세대 강윤자씨가 원자폭탄 투하 당시 참상을 전하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무기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 1·2세 등 방미증언단 5명이 지난 18일 LA에서 간담회를 열고, 그날의 참상을 전하고 핵무기 금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날 방문단장인 이대수 아시아평화시민넷(ACNP) 대표는 히로시마·나카사키 원자폭탄 투하 사건의 제2의 피해자인 한국인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를 주창하면서도 정작 ‘핵무기 금지조약(TPNW)’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한국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과 그의 ‘핵우산’을 제공받는 한국은 올해 68개국이 비준한 TPNW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대수 대표는 “TPNW는 핵확산금지조약에서 더 나아가 핵무기의 사용, 보유, 생산 등을 완전히 금지하자는 내용의 조약으로, 큰 발을 내디딘 국제법이지만 미국과 한국은 동참하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주술처럼 얘기하는 한국의 이와 같은 태도는 역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뉴욕(11월 27일~12월 2일)에서 진행될 TPNW 당사국 회의 등에 참여해 다시 한번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방미증언단에 따르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피폭된 약 70만 명 중 10%인 7만여 명이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또 20여만 명이 피폭 현장에서 사망했고, 이 가운데 4만여 명은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1945년 8월 종전 후 2만3000여 명의 한국인 피폭자들이 귀국했지만, 일본, 미국, 한국 정부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다고 방미증언단은 전했다.  
 
이날 참석한 원폭 피해 1세대인 강윤자씨는 “히로시마에서 2살 무렵 폭탄이 떨어지면서 집이 무너져 12시간 동안 갇혔었다. 당시 일을 나가셨다가 피해를 본 아버지는 강가에 머리만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 외삼촌에 의해 발견돼 피해자들이 모이는 수용소로 옮겨졌지만 24시간 만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원폭 피해자들은 겉으로 멀쩡해 해보지만 여러 정신적 건강상 문제를 안고 있고, 2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며 “나 역시 원인 모를 건강 문제와 계속 씨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어머니를 둔 원폭 피해 2세대 김미미씨는 “어머니가 10살 무렵 피해를 보셨는데 하늘에 섬광이 번쩍이더니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폭발음이 연속해서 들렸다고 말했다”며 “당시 피해를 본 어떤 사람이 온몸의 살이 다 축 늘어진 채 실성한 상태로 어머니에게 길을 물어봤다는데 그 끔찍한 모습에 어머니께선 평생을 악몽에 시달리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자폭탄을 제조하기 전 이것이 당대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2, 3세까지 영향을 미칠 걸 알았어도 그들이 핵무기를 개발했을까 생각해본다”며 “세계 인류를 수십 번 몰살시킬 수 있는 살상 무기인 핵을 당장 저지하고 중단하는 일에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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