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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갠지스강의 연기

힌두교도는 갠지스강을 가장 신성하다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 죽으면 그들은 자신들의 내세를 위해 갠지스 강줄기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진한 소망을 갖고 있다.
 
우리 여행객들은 갠지스강을 따라 나룻배로 지나간다. 뉘엿뉘엿 지는 가을 저녁해는 인도의 어머니 갠지스강을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곳곳에 흰 거품이 물 위에 떠다니고 있다. 강에서 세례를 받거나 강기슭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는 순례자의 모습도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많은 쓰레기와 동물의 사체가 강물을 따라 떠내려오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목욕하고 빨래하며, 그 물을 마시는 것도 보게 된다.
 
신전이 많이 모인 강기슭에는 장작불이 보이고 그 주변에는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그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솟고 있다.
 
연기에 대한 나의 기억은 순수하고 아름답다. 연기는 평화로움, 신비스러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세월의 무상함과 환상이다. 시골 저녁노을이 산을 넘을 때, 마을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 어린 내 마음은 평화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한 줄기 연기를 남기며 멀리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기선을 볼 때면, 미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의 감정에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다.
 


나룻배에 탄 한 승객이 사공에게 물었다. “저 멀리 보이는 연기와 강에 떠다니는 흰 거품은 무엇입니까?” 사공은 머리를 돌려 연기 나는 곳을 쳐다보더니 말없이 노를 저어간다.
 
한참 후 사공은 “누군가 천국으로 떠나고 있는 징표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죽은 후에 이 강가에서 자신의 몸을 태워 강에 뿌려지는 것을 가장 큰 소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흰 거품은 밀집된 인구가 쏟아내는 쓰레기와 처리되지 않은 공장 오수까지 더해진 오염 거품입니다.”  
 
그러면서 화장은 장남이 주관한다고 말한다. 자세히 보니 태우고 있는 시신 주변으로 가족들이 엄숙하게 둘러 서 있다. 장례사는 밀려 있는 또 다른 시신 처리를 위해 빨리 태우려고 장작을 이리저리 급하게 뒤적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화장터 주변에는 살이 붙어 있는 뼈 하나 낚아채려고 어슬렁거리는 개들도 띄엄띄엄 보인다.  
 
참 희한한 광경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힌두교도들은 매년 11월이 되면 강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하는 의식을 치르기에, 이 강물이 매우 더러운 것을 알지만, 종교를 위한 선택과 내세를 위한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과연 삶과 죽음은 무엇일까? 한 줌의 흙일까? 개뼈다귀 같은 인생일까? 사라지는 연기와 같은 것일까? 지식은 무엇이며 또 신앙은 무엇인가? 머리가 무거워지며 구토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룻배에 함께 탄 승객들 사이엔 침묵이 흐르고, 연기가 맴도는 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붉게 물든 연기는 영혼이 깃든 것처럼 하늘로 계속 날아오르고 있다. 순간 나는 아름답던 기억의 연기가 아니라, 어릴 때 제삿날 제단에서 피어오르던 향불 연기와 아버지의 얼굴이 겹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갠지스강에서 흰 거품이 묻어 있는 얼굴을 내미는 꿈을 꾸다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개꿈이다.
 
세월이 한창 지난 지금도 나의 머릿속엔 나룻배의 행진은 계속되고, 내 인생 또한 여전히 갠지스강의 물결 따라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내려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강정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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