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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땅은 주인을 잃고 울었다

-발틱 3개국, 폴란드 여행기 3

발틱에는 산이 없다. 에스토니아를 지나 라트비아를 향해 달렸다. 남으로 내려갈수록 나무가 우거지고 양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인구는 적은데 노는 땅이 많아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심히 보니 교회가 없고 그 흔한 십자가가 보이지 않았다. “발틱은 일찍 루터란 교를 받아들였으나 소련의 지배를 받으면서 사람들은 예배를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로
 
내려가면 오래된 성당을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리가는 ‘발틱의 파리’, 중세기 아름다운 건축양식이 즐비해 있었다. 우아한 바로크, 신 클래식, 넓은 창문, 갖가지 조각, 유네스코 문화유적으로 지정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5층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노인들이 살기에 불편하게 보였다. 가이드를 따라 웅장한 성당으로 들어갔다. 노인 몇 사람이 엎드려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젊은 교인은 없는가? “소련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교회 문을 닫았을 때는 사람들은 몰래 예배를 드렸습니다. 완전한 종교의 자유가 주어지자 교회는 텅텅 비어 뮤지엄으로 변했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요.”
 
리투아니아에는 허허벌판에 십자가를 쌓아 놓은 언덕(The Hill of Crosses)이 있다. 1831년, 리투아니아가 러시아 압정에 항거해 순례자들과 여행자들이 크고 작은 십자가를 바치고 기도를 드렸다. 너무 많아 셀 수 없었다. 수만을 넘어 수십만 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란드 태생 존 폴 2세 교황이 이곳에서 특별 미사를 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일행 중 몇 명이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뉴스에서 본 성 베드로-성 바울 교회도 인상적이었다. 교회는 밖에서는 작아 보였으나 내부는 웅장하고 조각품이 많았다. 가이드의 익살, “교회를 유심히 보세요. 배 모양 같지 않아요? 천국으로 향하는 이 선박은 두 성인이 노를 젓고 가는데 악마도 동승하고 있어요. 아마 도중에 쫓겨날 겁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Saint Anne church가 있는데 교인들이 층계마다 엎드려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는 인구 70만, 발틱 최대의 도시이다. 올드 타운에 The  Museum of Occupation이 있다. 라트비아는 독일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박물관에는 스탈린과 히틀러 그림이 있고, 45년 러시아 폭정이라는 포스트가 있었다. 이 중 The Land Lost People이라는 글을 읽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를 생각했다. 뮤지엄에서 한 저항 시인의 시를 발견했다. “과거를 위한 눈물은 거두세요. 내일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두려워하지 마세요. 눈을 똑바로 뜨고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헤쳐나가세요” (Knuts Skujenicks)  
 
여행하면서 어느 나라를 가든지 국민의 존경받는 작가의 동상은 그 나라 수도 심장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민족 시인은 나라의 혼이다. 외세의 지배를 많이 받은 나라일수록 문학의 힘은 강했다. 바르샤바 Freedom Road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동상이 있다. 레이건의 유명한 베를린 연설, “미스터 고르바초프, 저 장벽을 허무세요.” 레이건 덕분에 폴란드는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유 국가로 다시 태어났다.  
 
빌뉴스 올드 타운 좁은 골목에 ‘셰익스피어 호텔’ 간판이 보였다. “이 호텔에는 방 번호가 없습니다. 셰익스피어 방, 킹 리어 방, 바이런 방, 로미오 줄리엣 방 등이 있습니다. 방 숫자는 30, 방값은 하루에 100유로 정도, 로미오 줄리엣은 신혼부부에게 특히 인기가 있습니다. 제일 방값이 싼 것은 도스토옙스키 룸, 아마 러시아 작가이기 때문에 푸대접을 받을 겁니다.”
 
리가 시내 한 건물 안에 스위스,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세 나라 대사관이 한 작은 건물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Three S Countries, 임대료를 절약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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