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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소수 인종학’, UC 입학 필수 과목 채택해야

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

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

캘리포니아 주는 2021년 11월 5일 소수 인종학(ethnic studies) 과목을 고교 졸업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이어 UC 교수 평의회는 소수 인종학 과목 수강을 입학 조건으로 하는 안건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런데 통과된 안건은 아직 UC BOARS (Board of Admissions and Relations with Schools) 위원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이로 인해 소수 인종학의 UC 입학 필수과목 채택이 자칫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BOARS는 UC 입학과 관련 전반적인 규정을 만들고 시행하는 중요한 위원회다. 따라서 소수 인종학 관련 안건도 이 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데 일부 위원의 반대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수 인종학 도입 심사 위원회 회의에 10개 UC 평의회 의장들을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즉, 심사 과정에 교수들은 전부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다분히 정치적인 속셈이 보인다. 이에 UC 소수 인종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소수 인종학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문제는 BOARS 위원들 중 소수 인종학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반면, 소수 인종학을 고교 졸업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백인 학생 비율이 높은 일부 교육구에서는 비판적 인종 이론을 가르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일부 한인들도 소수 인종학 필수 과목 지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비판적 인종 이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정치적 이유만으로 반대하고 있는 듯해 우려된다.    
 


그럼 비판적 인종 이론은 무엇이며, 왜 백인 학생이 많은 교육구에서는 가르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비판적 인종 이론의 핵심은 미국 역사, 특히 인종 관련 문제를 백인과 유럽 중심의 시각이 아닌 소수계, 그리고 다문화의 시각으로 검증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미국 고교 과정에서 뉴욕 엘리스 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에 대해 가르치며 미국은 이민 국가이며 자유와 평화를 중시하는 기회의 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또 다른 관문인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천사섬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엘리스 섬과 달리 천사섬은 주로 아시안 이민자들을 억압하고 심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역사를 감추기 위해서다.  
 
천사섬 역시 미국의 관문이며 역사이다. 천사섬 입국 심사대는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반아시안 정책을 시행했는지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바로 비판적 인종 이론의 핵심이다. 많은 역사적 사실을 숨기고 유럽 중심의 시각으로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다양성을 무시하는 비교육적 처사다.
 
과거에는 콜럼버스가 미국 대륙을 ‘발견’했다고 가르치면서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비판적 인종 이론의 시각에서 보면 콜럼버스는 미국 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 ‘도착’한 것이다. 이미 미국 대륙에는 수백만 명의 아메리칸 원주민(인디언)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콜럼버스의 미국 대륙 발견과 도착은 전혀 의미가 다르다. 유럽 중심적 시각으로는 발견이 될 수 있지만 원주민 시각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에 반대하는 이들은 백인 우월주의를 옹호하거나 이러한 역사를 감추고 싶어서다.
 
비판적 인종 이론은 미국 역사의 검증과 재해석을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 역사를 소수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학생들에게 인종 문제의 오해와 진실을 가르쳐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비판적 인종 이론은 미국의 ‘악’인 인종차별의 역사를 피해자인 소수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설명하기 때문에  ‘백인 우월주의’를 고수하고 백인들이 저지른 인종차별의 역사를 지우고 싶어하는 측에서는 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학문적 이론에 대한 찬반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역사를 여러 관점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 방식이다. 사실 이론은 역사적, 그리고 현재의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이론이 계속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이를 막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거스르는 것이며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는 비판적 인종 이론을 비판 할 수는 있지만 이론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반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관점이 다른  여러 이론을 배우고 생각하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참다운 다인종, 다민족 교육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통과된 소수 인종학 과목에는 미주 한인사 레슨 플랜도 7개나 포함돼 있다. UC BOARS는 더는 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신속히 안건을 통과시켜 UC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이 고교에서 소수 인종학 과목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장태한 / UC 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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