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일리노이 원자력 발전소
하지만 이 원자력 발전소들은 모두 노후한 시설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987년 이후 일리노이 주는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금지한 바 있다. 일종의 원자력 발전소 모라토리엄 선언이다. 이유는 1979년 펜실베니아주의 쓰리 마일 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원자로 유출 사고 때문이다. 이 방사능 유출 사고는 러시아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와 함께 역대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결국 이 사고 이후 일리노이주를 비롯한 각 주 정부들은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전면 중단하기에 이른다. 이후 36년간 일리노이에서는 새로운 핵 발전소 건립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초 주의회에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의 건립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단 조건이 달렸다. 새로운 기술로 소규모 원자로만 건설을 허락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협력으로 의회를 통과했으나 JB 프리츠커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발효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지사가 양댱 협력으로 통과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새로운 기술의 소규모 원자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만약에 발생할 수도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유출사고에 대한 대비와 후속 조치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세부 조항만 조정하면 승인할 수도 있다는 의사도 밝힌 바 있다.
결국 지난주 끝난 주의회 가을회기에서는 새로운 법안이 발의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압도적인 지지로 법안이 통과됐다. 가을회기에 처리해야 하는 주요 법안이 많았지만 이 법안은 비교적 손쉽게 주의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주지사가 거부권 행사의 주요 이유로 밝혔던 소규모 신형 원자로에 대한 규정은 300메가와트급으로 명문화했고 일리노이 환경청으로 하여금 핵 유출 사고에 대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포함시켰다. 새롭게 통과된 법안에 대해 프리츠커 주지사는 법안이 주지사실에 송부되면 곧 서명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리노이주에서는 2026년부터는 새로운 원자로 건설이 가능해지게 됐다.
참고로 일리노이주가 처음으로 새로운 원자로 건설을 허용한 주는 아니다. 이미 켄터키와 위스콘신 주 등에서 1980년대 원자력 발전소 설치 중단 이후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사실 일리노이는 주법으로 인해 2045년 이후 화석 연료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발전소가 더 이상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석탄과 천연가스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일리노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기는 사실상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한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전기 생산 시스템이 필요한 셈이다.
현재 일리노이 전력 수급은 원자력이 52%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석탄이 22%, 천연가스가 13%에 달한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 반면 풍력은 12%, 태양광은 0.9%에 머물고 있다. 2045년 이후 약 35%에 달하는 석탄과 천연가스를 태워 가동하는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고 전기 생산을 중단한다면 이 간극을 무엇으로 메울 것이냐는 대안이 절실한 시점에서 새로운 원자로 건설이 허용된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는 막대한 위험이 따른다. 유출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가 가장 위협적일 뿐만 아니라 발전소에서 나오는 핵 폐기물 처리 역시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일리노이의 경우 환경청으로 하여금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는 규정이 생겼지만 이 역시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여러 사례로 확인된 바 있다. 대신 기존 원자로에 비해 소규모로 건설되기 때문에 관리가 수월하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원자로가 대형이라서 2300메가와트에 달하는 전기 생산이 가능했고 17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신형 소규모 원자로는 약 ⅓ 수준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소규모의 원자로이면서 기존 원자로에 비해 새로운 기술을 갖춰 관리가 용이한 발전소가 들어서는 셈이다.
최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핵 처리수, 오염수 방류로 인해 한국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보다 안전한 원자로라 하더라도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라는 점에서 일리노이의 원자로 건설에 보다 체계적이고 확실한 안전 대책이 절실하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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