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정신이 건강한 시니어가 되려면
그런데 육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노후의 정신 건강 또한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의사인 아들이 나의 정신적 웰빙(Well-Being) 상태를 살피는 것을 피부로 느낄 때가 더러 있다. 최근에 내가 겪은 경험을 글로 옮겨 보라는 동기 부여를 하는 연유도 그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나이 90을 앞둔 아비의 정신 건강을 한번 챙겨 보는 속마음을 알 만하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Sound mind in a sound body)’고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더욱이 노년에 이르러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WHO(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게 60세 이상 노년층의 약 15%는 여러 가지 정신 질환(치매 포함)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Depression)은 많은 시니어가 겪고 있지만 조기 치료를 소홀히 하는 질환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시니어들의 웬만한 불안·초조 증상은 병으로 인정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간 시니어 정신 건강 분야에도 많은 진전이 있었고 무엇보다 본인이 정신 건강상의 이상 징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정신 건강 문제는 매우 다양해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1.기력, 기분 식욕의 변화 2.적극적이지 못한 따분한 느낌 3.수면 부족 또는 과도한 수면 4.집중력 저하 및 불안감 5.지나친 근심과 압박감 6.노여움 또는 공격적 행위와 같은 과민 반응 7.두통 또는 소화 불량 8.과도한 음주나 약물 복용 9.비애감 또는 절망감 10.자살 충동 11.위험한 행위 12.강박 관념 13.가족이나 타인에 대한 부당한 간섭 행위 14.환청, 환각, 환시 증상 등이 꼽힌다.
전국시니어협회(National Institute of Aging)에 의하면 우울증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1.활발한 육체 활동 2.건강한 식단 3.충분한 수면 4.친지나 가족과의 친교 5.정신 건강에 관한 정보 교환 등이 시니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 방식이다. 대체로 상식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만 평소 정신건강 관리에 유념하는 건전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노여움도 내려놓고 아쉬움도 내려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 하네’. 고려말 나옹선사(1320-1376)의 시로 시름을 달래 본다. 시름겹게 이어진 나의 지난 삶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주어졌다고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세상을 떠날 때의 얼굴에는 후회 없는 미소를 머금고 가고 싶다.
라만섭 / 전 회계사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