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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 잡음…'명예훼손' 언급도…임원 등 11명 명의 이메일 발송

이기욱 지부장에 문제 해명 요구
미주위원부도 시끌…임시 총회
"엇박자에 사적 보존 의미 무색"

독립운동의 산 역사인 미주 지역 흥사단이 내홍을 겪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한인을 상대로 흥사단 옛 본부 건물(단소) 활용 방안 수렴을 위해 시행 중인 의견 조사는 홍보 부족 등으로 지지부진〈본지 11월1일자 A-1면〉한 데다 흥사단이 내분까지 겪고 있어 향후 사적지 보존의 의미조차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흥사단 LA지부 임원들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26일 각종 문제점을 두고 이기욱 지부장에게 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본지가 입수한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총회 개최 요청에는 단소 관리를 위해 설립된 한미유산재단 차만재 박사, 황근 부지부장, 김남희 총무 등 흥사단 LA지부 임원을 비롯한 총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메일에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지부장에게 해명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부장은 변호사를 통해 해명 요청이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며 편지를 보내왔다”며 총회 요청의 배경이 담겨있다. 흥사단 LA지부 내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차만재 박사는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부장)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 흥사단 내부 운영상 문제로 해명을 요청했는데 고성이 오갔다”며 “변호사를 통할 일은 아닌데 과잉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본지는 2일 이기욱 지부장에게 내분과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미주 지역 흥사단은 현재 LA, 오렌지카운티 등을 비롯한 전국에 총 12개 지부가 운영 중이다. 각 지부에서도 내부적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흥사단 미주위원부(위원장 림관헌)는 오는 11일 온라인을 통해 임시 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지역을 제외한 6개 지부가 참석한다. 임시 총회는 일부 지역 지부장들이 총회 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발한 것 때문에 급히 열리게 됐다.
 
미주위원부 서경원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총회가 열렸어야 했는데 한국 정부가 단소를 매입하기 직전이라 보안 요청을 해서 개최하지 못했다”며 “당시 모두에게 양해를 구했는데도 일부 지부장들이 총회 취소 등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소 개보수 작업은 흥사단 내홍과 맞물려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 정부가 미주 한인을 상대로 단소 활용 방안 수렴을 위해 시행 중인 의견 조사는 홍보 부족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위탁 단체(한미유산재단)와의 소통 부재까지 얽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LA지역 한 전직 단체장은 “단소는 흥사단, 한국 정부, 여러 한인 단체가 극적으로 지켜낸 것 아닌가”라며 “사적지 보존의 의미가 무색해질 만큼 서로 엇박자를 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한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의견 조사( https://forms.gle/6xxj4Gd2KZ6hPo3q7)는 마감(11월 5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에 있는 조사 주관 기관(코리안헤리티지연구소)은 한인 사회를 대상으로 공개 조사를 진행하면서 보안 문제를 들어 비공개 방침을 밝힌 상태다.
 
LA총영사관 김혜진 영사는 “연구소 측이 보안 유지 계약이 있어 설문조사 참여율 등은 알려줄 수 없다는 내용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흥사단 옛 단소는 1932년 흥사단 단원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마련한 건물이다. 해방 전까지 한국 독립운동의 해외 거점 기관으로 자금 지원, 교육 등을 위한 흥사단 본부로 사용됐다. 철거 직전에 있던 단소는 지난 1월 한국 정부가 295만 달러에 매입하면서 보존이 결정됐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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