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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자를 캐며

주렁주렁 넝쿨에
 
토실토실한 것들 매달렸다
 
 
 
신나 뛰는 손녀, 흙 묻은 손 아랑곳하지 않고
 
땅속에서 나온 먹거리가 무척이나 신기한 모양이다
 
 
 
빈 소쿠리를  
 
또 가져온다
 
 
 
담장 아래 흙들은 이별을 하겠지만
 
수북수북 쌓이며 방글거리는 감자의 미소를 보는 7살 아이
 
 
 
허옇게 말라 있던 빈터에서 먹거리가 태어난다는 기쁨
 
그림자도 아이처럼 행복해서 소리치며 춤을 춘다
 
 
 
태초의 땅에서도 먹거리가 생겼을 때 이렇게 즐거웠으리라
 
웃음 한 자락 피어나는 화단 한 모퉁이.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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