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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른 종교란?

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

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

지난달 애틀랜타 지역에서 ‘그리스도의 군사들’이란 단체의 한인 신봉자들이 한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단체는 종교집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이비 집단에 불과하다.  
 
나는 목회하는 동안 종교에 대해 설교도 하고 토론도 많이 했다. 그때 종교에 관해 얘기했던 기초적인 내용이 생각나 소개한다. 어느 시골 사람이 산골짜기를 넘다 큰 나무를 보고 순간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 자리에  넓죽 엎드려 나무를 향해 큰절을 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것은 산신령이 도와준 덕분이라 믿었고 한 번도 산신령을 본 적은 없지만 큰 나무를 통해서 산신령의 존재를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시골 사람이 산신령의 존재를 느낀 것도 곧 종교 행위다.  
 
전쟁터에 나간 아들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냉수 한 그릇을 떠 놓고 비는 어머니의 행위도 또한 종교의식이다. 그러므로 종교는 ‘인간이 인간 이상의 능력자를 발견할 때’ 시작된다. 인간이 인간 이상의 능력자를 발견하게 되는 형태는 무속신앙을 비롯하여 종교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다.  
 
그런데 종교적 신앙의 대상으로 우상숭배 문제가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돌이나 나무와 같은 것으로 잡신의 상을 만들어 종교의 대상으로 삼는 원시종교는 그렇다 쳐도 불교의 불상을 우상숭배의 상징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  거의 모든 종교는 그 신앙의 대상을 가시적 물질을 통해서 찾고 있다. 불교의 불상도 그 가운데 하나다.  붓다의 모습을 조각이나 그림으로 만들어 거기에다 절을 한다. 조각이나 그림은 사람이 만들었지만 그것들을 통해서 붓다의 모습을 떠올리고 붓다의 교훈을 되새긴다.  그러니까 사람이 만들었을지라도 그 불상은 신성하고 고귀한 신앙의 대상이 된다. 큰 나무에 절을 하는 것도 그 나무는 비록 자연물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인간 이상의 능력자를 찾게 될 때 그 나무는 종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무형적 행위보다 유형적 행위에서 정신적 소산을 즐겨 찾는다. 종교 행위도 그렇다. 종교의 참 대상은 무형이다. 신은 무형이다. 이 무형의 신을 유형의 대상을 통해서 찾아보려고 인간은 유형의 신상을 만든다.  그런데 유형의 신상을 만들지 않는 종교에서는 이 같은 행위를 우상숭배라고 비난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 어떤 고위 인사가 우상숭배 발언으로 논란이 됐었다. 통상적인 우상숭배 발언이 아니라 한국의 반만년 역사가 우상숭배의 죄 속에 있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틀림없이 한국 역사가 불교를 중심으로 흘러왔다는 뜻일 게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불교의 불상을 우상이라 일컫는 것은 종교의 형태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함부로 말하는 일은 인간 정신 유산의 산물을 너무도 모르는 몰지각한 일이다.  
 
 방향을 조금 바꿔 보자.  우리는 국기에 경례를 한다. 태극기도 사람이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태극기에 경례를 하는 것은 태극기가 나라의 상징이기 때문이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정신과 물질의 상관관계다.  
 
사람은 정신과 육체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정신의 산물은 반드시 물질을 통해서 나타난다. 불상에 대하여 예를 갖추는 것은 불심을 나타내는 행위일 뿐이다. 기독교의 교회에는 반드시 십자가가 있다. 교회의 설교단 뒤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있다.  
 
십자가는 죽은 예수를 상징한다. 비록 이 십자가가 종교적 신앙의 대상은 아닐지라도 이 십자가를 바라보고 예수를 떠올린다면 이 십자가도 우상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종교는 무형의 절대자나 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만 거의 모든 종교가 유형의 형태를 갖추고 그것들을 통해서 절대자나 신을 경배하고 있다.  절대자에 대한 근본 원리를 무형인 마음으로만 추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 이상의 능력자를  찾는 행위가 올바르게 이뤄질 때 비로소 바른 종교생활을 할 수가 있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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