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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세이지·드 니로의 전설이 시작된 갱 영화 시조

개봉 50주년 ‘비열한 거리’

‘비열한 거리’는 불후의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영화였다. 드 니로는 자니 보이 역으로 그해 전국영화비평가협회와 뉴욕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 남우조연으로 선정됐다. [Warner Bros]

‘비열한 거리’는 불후의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영화였다. 드 니로는 자니 보이 역으로 그해 전국영화비평가협회와 뉴욕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 남우조연으로 선정됐다. [Warner Bros]

“가장 개인적이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은, 봉준호 감독이 2019년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그가 존경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인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1973년 발표한 ‘비열한 거리(Mean Streets)’는 스코세이지 감독 자신이 어릴 적 경험한 뉴욕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다. 스코세이지는 마피아 범죄가 우글거리는 게토의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로버트 드 니로 역시 이 동네 출신으로 ‘비열한 거리’는 스코세이지와 드 니로를 동시에 세상에 알린 영화다.
 
1973년 제작된 비열한 거리(Mean Street)가 개봉50주년을 맞았다. 왼쪽부터 로버트 드 니로(자니 보이 역),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하비 카이텔(찰리 역). [Warner Bros]

1973년 제작된 비열한 거리(Mean Street)가 개봉50주년을 맞았다. 왼쪽부터 로버트 드 니로(자니 보이 역),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하비 카이텔(찰리 역). [Warner Bros]

하비 카이텔은 로버트 드 니로가 스코세이지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기 이전, 스코세이지의 1대 페르소나였다. [Warner Bros]

하비 카이텔은 로버트 드 니로가 스코세이지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기 이전, 스코세이지의 1대 페르소나였다. [Warner Bros]

영화의 주인공 찰리 역의 하비 카이텔은 ‘누가 내 문을 두드리나’, ‘앨리스는 여기 살지 않는다’ 등 스코세이지의 초기 영화들에 출연한 1대 페르소나였다. 카이텔이스코세이지 본인을 그대로 영화에 옮겨 놓은 페르소나라면 드 니로는 스코세이지가 구상하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2대 페르소나이다. 그는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카지노’ 등의 영화를 스코세이지와 함께 작업했다. 2000년부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의 영화들에 출연하며 스코세이지의 3대 페르소나로 대체됐다. 이들 외에 스코세이지와 깊은 인연이 있는 배우로 조 페시가 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도 데뷔 이후 80이 넘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50여 년 동안 개인적인 비전과 그만의 창의성을 작품에 담아왔다. 그는 할리우드의 자본주의적 성향을 이겨내고 그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뉴욕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그리고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감독으로서 봉준호, 왕자웨이, 마이클 치미노, 폴 토마스 앤더슨과 같은 후세대 감독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비열한 거리’는 스코세이지 감독이 추후 그의 영원한 동지가 될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최초로 작업한, 영화사의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그해 전국영화비평가협회와 뉴욕영화비평가협회는 드 니로를 최우수 남우조연으로 선정했다. ‘비열한 거리’는 1997년 연방의회 도서관에 의해 문화적, 역사적, 미학적 가치를 지닌 영화로 인정돼 보존 대상으로 등재됐다. 2011년 엠파이어 지는 ‘미국독립영화 50편’ 목록에서 1위로 선정했고 2022년 버라이어티는 ‘역대 최고의 영화 100편’에 포함시켰다.  
 
뉴욕 리틀 이탈리아의 술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건달들의 이야기 ‘비열한 거리’는 거리에서 지은 죄는 거리에서 씻어버려야 한다는 찰리(하비 카이텔)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늘 자신이 저질러 온 죄를 회개하려는 ‘양심’의 소유자 찰리는 삼촌이며 동네 마피아 두목인 지오바니의 후계자로 나름 성공적인 건달이다.  
 
찰리의 절친인 자니 보이(로버트 드 니로)는 거친 성격에 소란만 일으키고 다니는 반항아며 문제아다. 그는 여기저기서 돈을 꾸어서 꽤 큰 빚을 지고 있다. 지오바니는 자니의 존재를 성가시게 여기며 찰리에게 자니와 자니의 사촌 여동생 테레사(에이미 로빈슨)를 멀리하라고 명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리는 삼촌의 눈을 피해 자니를 조건 없이 돌봐준다. 자니를 도와줌으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구실로 삼는다. 선의와 이기심이 동시에 그의 심리에서 작용한다. 애인 테레사가 삼촌 몰래 게토를 떠나 다른 동네로 가자고 조르지만 동네를 떠나면 자신의 승계 자리가 위협될까 두려워 약속을 계속 미루고 있는 그다.
 
철없는 자니는 계속 사고를 치고 빚쟁이 마이클이 그를 죽이겠다고 벼른다. 찰리는 보복을 피하기 위해 테레사와 자니를 동네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그러나 그들을 따라온 마이클이 자니를 총으로 쏴 죽이고 찰리의 차가 전복되고 만다.
 
예정된 비극. 소화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찰리의 손에 묻은 피를 씻어 내린다. 거리에서 지은 죄는 거리에서 씻어야 한다는 그의 첫 대사를 구현하는 듯한 이 장면은 끊임없이 죄를 회개하려는 동시에 정작 이기심은 내려놓지 않는 찰리의 이중적 위선과 등치된다.  
 
영화에 묘사된 리틀 이탈리아는갱 두목과 신부가 동시에 존경받는 동네다. 정당한 노동보다는 폭력을 휘두르는 갱들이 돈을 쉽게 벌고 동네 사람들의 존경까지 받는다. 찰리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허구 속에서 갱 두목과 신부라는 상반된 가치관을 놓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그의 선행은 결국 자신의 이익을 좇는 비열함의 다른 모습이다.
 
영화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명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와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사에 신고식을 올린 작품 ‘비열한 거리’는 향후 미국 영화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게 될 ‘갱 영화’의 시조가 된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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