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기차타고 떠나는 초호화 여행
아프리카 블루 트레인
블루 트레인은 입구부터 우아함 그 자체다. 무려 레드카펫을 밟고 열차에 오른다. 이름 그대로 파란 사파이어색 몸체에 금빛 B 로고가 새겨진 블루 트레인은 쿠궁 쿠궁, 쿠궁 쿠궁, 설레는 심장 소리 같은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케이프타운에서 프리토리아까지 999마일을 27시간에 걸쳐 달린다. 너무 빠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아 아프리카의 컬러풀한 풍광을 두 눈과 마음에 담기 딱 좋은 속도로.
블루 트레인은 버틀러 서비스, 유명 셰프의 음식, 애프터눈 티,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와 와인, 최고급 시가 등으로 호화 열차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객실 전용 버틀러가 상주해 27시간 내내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호화 열차답게 각 객실마다 화장실은 물론이고 샤워부스까지 갖추어 놓았다. 식사 또한 웬만한 5성급 호텔보다 더 격식을 갖춘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를 황제처럼 대접 받게 되고, 완벽한 마리아주를 이루는 남아공산 최고급 피노타지 와인도 무한정 제공된다. 말 그대로 귀족 체험, 황제 체험이다. 그러나 블루 트레인이 유명한 이유가 단순히 호화로운 서비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이 열차 서비스의 기획이 가능했던 것은 27시간 동안 펼쳐지는 몹시도 아름다운 풍경 덕이었다. 차창 밖으로는 아프리카 자연의 장엄한 다큐멘터리가 펼쳐진다. 산 정상이 테이블 같다고 해 이름 붙은, 테이블 마운틴(3560피트)과 희망봉, 거대한 포도밭이 시선을 사로잡고, 분홍 플라멩코 무리와 물소 떼가 출몰하기도 한다. 임팔라와 누 떼, 코끼리, 얼룩말, 가젤, 기린 등은 유유자적 초원 위를 뛰논다. 양철 지붕을 얹은 거대한 빈민촌도 모습을 드러낸다.
열차는 대자연에 감동받은 고객들을 위해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가끔 정차하기도 한다. 귀한 틈새 시간을 이용해 여행가들은 기념사진을 찍거나 아프리카 대륙에 발자국을 남겨본다.
아프리카 대륙의 속내를 훑고 달려온 블루 트레인이 프리토리아의 빅토리아 역에 멈춰 서면 1박2일의 화려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여정이 마무리된다. 블루 트레인은 아프리카 여행 중에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하이라이트이자 최고의 귀족 체험이다. 또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평생에 한 번 정도 받을 수 있는 귀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뉴욕 타임스는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명소 중 하나로 아프리카를 선정한 적이 있는데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가보지 않고는 죽지 마라'고.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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