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축제가 끝난 뒤
시작은 캐런 배스 LA시장이다. 50회 LA한인축제가 시작된 12일 한인타운 버질중학교 인근의 홈리스 텐트촌이 정리됐다. 시장실은 타운 내 100명이 넘는 홈리스가 임시 거처로 옮겨졌다며 배스 시장 취임 이후 이번이 28번째 텐트촌 정화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홈리스 텐트촌 문제는 본지와 일부 지역 방송이 이미 지난달 중순 제기했었다. 학부모, 주민, 업주, 지역구 시의원까지 우려를 표했던 사안인데 ‘공교롭게도’ 한인축제 시작에 맞춰 상황이 정리되면서 의혹을 낳았다.
LA시 민원전화 311 통계에서 한인타운은 4번째로 텐트촌 민원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배스 시장은 그동안 한인 타운은 쏙 빼고 베니스부터 채스워스까지, 또 할리우드부터 파코이마까지 27차례 텐트촌 정화작업을 했다. 그동안 본지 등이 제기한 문제는 묵살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인축제 시작에 맞춰 행동에 나섰고 배스 시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제목에 코리아타운이 표기된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배스 시장이 생색을 내려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신중한 공무원답게 홈리스를 더 안전하게 이주시킬 방법을 찾은 끝에 생긴 우연이라면 모를까.
한인축제에 부스를 마련했던 많은 업주들은 홍보 부족을 아쉬워했다. 주최 측은 역대급 규모라고 자랑했지만 체감은 그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온 업체들은 돌아갈 때 재고 부담 때문에 판매 예측이 중요한데 막상 와보니 홍보 부족에 실망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주최 측의 잘못된 홍보 전략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일부 호사가들은 주최 측이 ‘공교롭게도’ 평소 껄끄러운 관계인 특정 언론사에는 홍보하지 않아 스스로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일부 인사가 효과는 따지지도 않은 채 친소 관계에 따라 홍보 활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 최고, 최대 축제를 책임지면서 그것도 올해 반백 년의 기념비적인 행사를 마련한 주최 측이 한낱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 홍보 참사를 일으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부스 임대 업주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은 아닌지 짐작할 뿐이다.
한국에서 온 지자체장들과 기관장들은 자기 고장 특산품 판촉에 열중했다. 하지만 올해도 판박이 행사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한 한인 마켓에서 서로 다른 지자체와 사업체 관계자들이 등장하는 사진들이 여럿 보도됐다. 이를 두고 혹자는 기념사진 남기려고 타성에 젖어 외유 나온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혈세로 봉급 받는 이들이 그럴 리는 없고 고도의 판촉 전략이 깔린 선택이었다고 여겨 본다.
로컬 정치인 등도 여럿 한인축제에 초대받았는데 “한인사회와 함께”를 강조해온 이들이 ‘공교롭게도’ 불참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도 일부는 표리부동이라며 선거 때면 한인임을 앞세워 표며 선거 자금이며 받는 것을 당연시하다가 선거만 끝나면 모른 체한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밤낮으로 뛰느라 분주해 어쩔 수 없었을 것으로 가늠해본다.
사실 공교롭다의 어근인 ‘공교(工巧)’는 ‘실력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게 문제다. 반대로는 ‘때마침’ 정도가 있겠다. 축제가 끝난 뒤 자주 들리는 ‘공교롭게도’가 듣기 싫다면 변명에 앞서 왜 한인들이 최소한 ‘우연히’라고 말하지 않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솔직히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졌었는지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영화 대사처럼 “혼이 담긴 구라(거짓)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릴” 정도의 내공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야 내년 축제는 ‘때마침’ 잘 치를 수 있지 않겠는가.
류정일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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