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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소하의 죽음에 대한 여자들의 가십

소하의 죽음에 대한 친정 식구들은 시부모 구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집 식구들은 미국에 초청한 친정 식구들이 자리 잡는데 도와달라는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또 다른 엇갈린 소문은 ‘남편의 외도로 속 썩이다’가 쓰러졌다고 여자들은 쑥덕거렸다.
 
소하는 봉제 공장을 다니다가 미싱 서너 대를 가라지에 들여놓고 바느질 공장을 차렸다. 미싱이 불이 날 정도로 달궈지면 다른 미싱으로 옮겨가며 밟았다. 밥때가 되면 배고프다는 시부모 성화에 부엌데기로 세상 밖을 나가지 못하고 돈 버는 기계였다. 영어를 읽을 줄 몰라서 운전도 할 수 없었다. 온몸에는 무지개색 실밥이 풀풀 날렸다. 머리는 산발이었다. 혈색은 누렇게 떴고 병색이 돌았다. 남편도 실밥 묻은 홈드레스 입은 초라한 소하의 모습이 창피한지 외면하고 먼 산 보듯 했다.  
 
“너 하라는 미싱질은 하지 않고 언제 시민권을 따서 친정 식구를 부른 거야. 누구 맘대로. 두고 보자 하니까 이게 못 하는 짓이 없네.”
 
시부모의 폭언 수위가 높아졌다. 옆집 사는 손위 시누이는 머리채를 낚아챌 기세로 툭하면 달려왔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끊일 날이 없었다. 남편은 골 아프다고 집 나가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는 한인타운에서 가게 하는 여자와 눈이 맞아 딴 살림을 차렸다. 시부모와 시누이는 상냥하고 싹싹한 내연녀 편으로 돌아섰다. 단지 소하를 내치지 못하는 것은 미싱만 밟으면 내연녀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소하와 더 멀어진 데는 친정 식구도 한몫했다. 친정 식구들이 미국에 오면 자기에게 힘을 실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신들이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남편 앞에서 소하를 끌어내리기에 급급했다.  
 
“소하야, 너는 미국에 온 지 꽤 됐는데 도로표지를 읽지 못해 프리웨이를 타지 못한다며. 네 동생 정인이는 오자마자 차를 몰고 프리웨이를 싱싱 달리는데. 네 꼴이 그게 뭐냐. 머리라도 제대로 빗던지. 김 서방 바람피워도 할 말 없겠다.”  
 
엄마를 구박하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자란 소하의 딸과 아들도 엄마를 무시하다가 대학으로 떠난 후 돈 달랄 때만 연락했다. 남편은 이혼하자고는 하지 않았다.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었다는 뻔뻔한 태도로 내연녀의 가게 셔터맨을 하며 두 집 살림했다. 이따금 시부모를 본다는 핑계로 와서 돈을 집어 갔다. 시누이 남편은 심장마비로 쓰러져 갑자기 죽었다. 시누이는 생명 보험금을 타서 친구들과 크루즈 여행 다니느라 바빴다. 두 자식 모두 부모에게 살갑게 굴지 않고 크루즈 여행 한 번 가자고 하지 않는 것에 시부모는 섭섭했다. 잔소리와 악다구니가 점점 줄어들더니 드디어는 소하의 눈치를 보며 뒷방 늙은이가 됐다. 시아버지가 죽고 그 이듬해 시어머니도 죽었다.  
 
남편은 내연녀의 가게가 잘 안되는지 집에 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남편이 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말을 섞지 않다가 눈빛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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