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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매카시와 베이너는 닮은 꼴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연방하원의원이 지난 3일 의장직에서 해임된 것은 당내 소수 강경파의 공격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매카시 의장의 해임은 올해 초, 그가 취임할 때부터 예견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매카시 의원은 당내 강경파 20여 명의 반대로 무려 15회 투표를 거친 끝에 간신히 의장이 될 수 있었다. 당시 매카시 의원은 강경파와의 협상에서 단 1명 의원이 나서더라도 의장 불신임 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요구를 수용했다. 매카시 의원의 비극은 올해 1월 잉태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원 공화당의 약 10%인 20여 명으로 알려진 소수 강경파 대다수는 초강경 우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다. 이들은 작은 정부, 세금 감면, 불법 이민 강경 대응 등을 지향한다.
 
매카시 의장 해임 과정은 8년 전인 2015년, 역시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자진 사퇴한 과정과 매우 닮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 하원의장이 된 베이너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이 대거 포진한 ‘티파티 코커스’ 소속 의원들로부터 지나치게 민주당과 타협적이란 비판을 받아야 했다.
 


베이너 의장은 정부 규모 축소와 감세, 특히 오바마케어로 인해 임기 내내 행정부와 충돌했지만, 2013년 1월 오바마 행정부와 재정절벽 관련 타협안을 통과시켰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5년 베이너 의장은 갑작스럽게 의장직 사임을 발표했다. 이유는 2014년 중간선거 이후 격화된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 간의 갈등을 중재할 수 없어서라고 했다. 베이너는 후임 하원의장으로 폴 라이언 의원이 당선되자, 곧바로 의원직에서도 물러나 정계에서 은퇴했다.
 
당내 강경파는 2015년 예산 문제로 갈등을 빚은 베이너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 안의 실제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베이너 의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았다면 매카시에 앞서 베이너가 같은 당 강경파에 의해 해임된 사상 첫 하원의장이 됐을 수도 있었다.
 
테드 크루즈, 론 폴, 랜드 폴, 세라 페일린, 마이크 펜스 등 40여 명이 속한 티파티 코커스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16일 동안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주도했다. 이 셧다운 직후, 갤럽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에 대한 호감도는 28%로 급락했다. 이는 현재 매카시 전 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다수 의원이 예산 문제로 바이든 행정부와 싸우더라도 연방정부 폐쇄와 그로 인해 발생할 경제적 타격을 꺼리는 이유다.
 
티파티 코커스가 공화당을 좌지우지하던 시절, 정가에선 연방의회의 공화당 지도부와 온건파 의원들이 소수의 티파티 의원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의 비판은 현재의 공화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016년 사실상 와해한 티파티 코커스 소속 의원 다수는 2015년 결성된 프리덤 코커스에 합류했다. 현재 프리덤 코커스 의원 수는 티파티 코커스의 절반가량이지만, 사상 초유의 연방 하원의장 해임 사태를 초래하기엔 충분했다. 공화당 의원 210명이 매카시 의장 해임에 반대했지만, 공화당 강경파 8명, 민주당 의원 208명의 찬성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공화당의 고민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누가 매카시의 후임이 돼도 프리덤 코커스의 비위를 거스르면 불신임 결의안과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화당이 안고 있는 문제는 공화당만의 것이 아니다. 공화당의 집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치적 파트너인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미국 전체가 그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티파티에 이어 프리덤 코커스까지 소수 강경파가 당을 좌우하는 상황은 자칫 공화당의 내년 대통령 선거와 연방의회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화당이 매카시 의장 해임을 계기로 프리덤 코커스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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