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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시니어센터’가 더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새벽 4시. 기와지붕 건물 현관 앞엔 벌써 사람들이 하나둘 줄을 선다. 칠흑 같은 어둠에 넘어져 다칠 수도 있고, 못된 사람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위험까지 감수하고 해 뜨기 전 집을 나선 사람들이다. 자리를 잡고 숨을 고르는 그들의 눈에는 간절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문이 열리려면 아직도 족히 5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새벽 찬 기운이 느껴지지만 그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펼친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가슴 속 깊이 담아뒀던 꿈 주머니도 들어 있다. 각자 내용은 다르지만 목표가 같기에 이야기는 이어진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한인타운 시니어 & 커뮤니티 센터(이하 시니어센터)’의 지난 9월 27일 새벽 4시 풍경이다. 이날은 올해  네 번째 새 학기 프로그램 접수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박관일 시니어센터 국장은 “어르신들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접수 전 오전 9시 30분부터 번호표를 배포한다고 미리 알렸으나, 시니어센터 앞에는 새벽 4시부터 신청자가 몰려들기 시작해 피아노 기초, 스마트폰 교실, 댄스, 종이접기, 스트레칭, 컴퓨터 교실 등 일부 과목은 일찌감치 마감됐다”고 전했다. 이어 박 국장은 “이번 학기에도 번호표 1번은 손혜자(72, LA 거주)씨로 세 학기 연속 1번”이라고 소개했다. 손 씨는 시낭송 교실, 스마트폰, 영어, 댄스,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이날 새벽 집에서 걸어왔다는 것이다.  손 씨는 박 국장에게 “시니어센터는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곳이고, 최근 ‘다울정 캠퍼스’가 생겨 너무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먹먹함도 있고 존경스러움도 있고, 의아함도 있고, 알 것 같기도 하고 알 수도 없는 복잡미묘함이 추상화 붓끝마냥 돌아다닌다. 또 시니어센터와 같은 시설이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마다 하나씩 생긴다면 시니어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한 양로시설이 아니라 학창시절의 꿈, 평생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한 학기 동안이나마 할 수 있도록 판을 펼쳐준다면 이것처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싶다.  
 


신학기 접수 시작 하루 전에 열린 신영신 이사장 취임식을 겸한 추석 잔치 모습을 살짝 들춰보자. 시니어 학생들이 장구를 메고 ‘희망의 북소리’를 뚱땅거린다. 한복을 입고 한국무용을 하고 신나는 리듬에 맞춰 K타운 댄스도 선보인다. 또 91세 할머니를 비롯한 다섯 명이 피아노를 배워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한다. 심지어 80대에 접어든 23명의 시니어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공연한다. 지난 6월 7일에는 LA 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백발이 성성한 시니어센터 하모니카반 학생 약 20명이 곱게 한복으로 차려입고 미국 국가를 합주하는 뜻깊은 순서도 가졌다.
 
서울대 한소원 심리학과 교수는 노후의 마음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할 8계명에 대해 정리한 바 있다.
 
1.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2. 나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3.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4. 필요한 도움을 미루지 않아야 한다, 5.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 6. 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 7. 호기심을 가지고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야 한다, 8. 사랑하는 이들과 자주 만나야 한다.
 
이 8계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죽는 순간까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살아라’가 아닐까 싶다.  
 
옛날에는 미래를 위해 자녀에게 투자하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는 시니어에게도 투자해야 한다. 시니어에 대한 투자는 결국 나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시니어센터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이 기부에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10년 동안 시니어센터를 위해 헌신하고 열정을 바쳐 온 많은 분에게 존경을 담은 힘찬 박수를 보낸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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