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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의 좌회전…보수 교계 민심 부글부글

LGBT 교육 관련 법안 잇따라 시행
공립학교 떠나 홈스쿨 선택 많아져

거세지는 주 정부 반발 여론 이면
보수 교계 불편함, 위기감 팽배해져

주류 교계선 문제의 심각성 인지
"한인 교계는 사회 이슈에 둔감해"

현재 가주 정부가 보수 교계가 불편해 하는 성소수자 관련 교육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키고 있다. 지난 8월 한인 교인 등 학부모 500여 명이 새크라멘토 지역 가주 의회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신민디씨 제공]

현재 가주 정부가 보수 교계가 불편해 하는 성소수자 관련 교육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키고 있다. 지난 8월 한인 교인 등 학부모 500여 명이 새크라멘토 지역 가주 의회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신민디씨 제공]

최근 가주에서 성소수자 관련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자신의 책상 위에 올라온 관련 법안들에 서명을 하면서 가주는 다시 한번 급진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주 정부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가 상충하면서 언론은 이를 '문화 전쟁(culture wars)'으로 묘사하고 있다. 주정부를 향한 학부모들의 반발 여론 이면에는 기독교계가 있다. 전통적인 성별 개념이 흔들리고, 가정의 의미가 훼손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보수 기독교 내부에서 팽배하다. 최근 기독교계가 불편해 하는 법안과 교계의 반응 등을 알아봤다.
 
지난달 22일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는 의외의 결정을 했다.
 
양육권 재판을 심리하는 판사에게 자녀의 성 정체성을 두고 부모의 지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한 법안(AB957)에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법안이 주지사의 서명을 받았다면 판사가 자녀의 양육권이나 방문권 절차를 결정하는데 있어 자녀가 스스로 규정하는 성 정체성을 부모가 긍정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논란이 커질 수 있는 법안이었다.
 


쉽게 말해 부모가 자녀의 성전환 사실, 성 정체성 등을 인정하지 않으면 양육권 분쟁에서 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뉴섬 주지사의 AB957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던 가주에서는 사실상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이었다. 그만큼 모두가 뉴섬의 서명을 예상했다.
 
문제는 반전이 단 한 번 뿐이었다는 점이다. 가주는 역시 가주였다.
 
뉴섬 주지사는 공립학교(K-12)내 성중립 화장실 설치안에 주저 없이 서명했다. 이에 따라 가주 지역 공립학교는 오는 2026년부터 최소 1개 이상의 성중립 화장실을 교내에 설치해야 한다.
 
뉴섬 주지사는 공립학교 교직원에 대한 성소수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성소수자 정체성 등을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에 대한 프로필 작성 허용 법안(AB5)에도 서명했다. 이에 따라 자칫하면 LGBT 등에 반대하는 학부모의 성향이 학교 기록으로 남을 수 있어 기독교인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교육구가 성소수자 등의 내용이 수록된 교과서 등을 금지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AB1078)도 주지사의 서명을 받았다. 자치권을 강조하는 미국에서 주정부가 각 교육구를 통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제 성소수자 교과서 등을 금지하는 교육구는 주 정부로부터 벌금 등 제재를 받게 된다.
 
또, 성소수자 학생 지원을 위해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복지 정책 등을 마련할 수 있는 테스크포스(TF) 구성을 요구하는 법안(SB857)도 주지사의 서명을 받았다.
 
무엇보다 성소수자 관련 법안들의 계속되는 통과는 보수 기독교인들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학부모 유진아(39.어바인)씨는 "그동안 교인들과 함께 법안 통과를 반대하며 서명 운동에도 참여했는데 결국 이렇게 시행된다니 너무나 안타깝다"며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관점을 보편화하려 하고 그러한 정책을 반대하는 것을 '차별' '증오' 등으로 몰고 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립학교내 성중립 화장실 설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이은주(42.풀러턴)씨는 "부모가 성경을 토대로 아무리 자녀에게 교육을 해도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성중립' '성전환' 같은 용어를 학생에게 가르치기 때문에 가치관의 상충이 더 극심해지게 됐다"며 "투표권에도 나이 제한이 있고 영화나 음악에도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성과 관련한 정책에는 이렇게 관대한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가주의 급진적인 좌회전 정책에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실제 가주 정책에 반발, 공립학교를 떠나는 사례가 늘자 교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감지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어바인 지역 베델교회의 경우는 이미 지난 2021년 기독교 사립학교인 '베델 클래시컬 아카데미(Bethel Classical Academy)'를 개교한 바 있다.  
 
선밸리 지역 유명 주류 교회인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 역시 기독교 정신으로 운영되는 사립학교(그레이스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교인 신민디(41)씨는 지난 8월 학부모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을 심의중인 새크라멘토 지역 가주 의회까지 가서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신씨는 자녀를 풀러턴 지역 유명 공립 초등학교에 보내다가 지난해부터 홈스쿨을 통해 자녀를 교육하고 있다.
 
신씨는 "주류 교계는 지금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대적으로 반대 운동에 나섰는데 한인 교회들은 상대적으로 사회 문제에 둔감한 것 같아 아쉽다"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크리스천 학부모들이 주정부 정책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 홈스쿨을 시키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는데 한인 목회자들도 이러한 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로 공립학교를 떠나는 사례는 매해 늘고 있다.
 
가주교육부에 따르면 현재(2022-2023년도) 가주 지역 공립학교 학생 수는 585만2544명이다. 이는 1999-2000년도(595만1612명)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가주는 2000년대 이후 줄곧 600만 명 이상의 학생 수를 기록해왔다. 반면 사립학교 등록률은 오히려 1.7%(약 9000명) 증가했다. 사립학교 등록률만 증가한 게 아니다. 센서스국에 따르면 홈스쿨 비율은 지난 2021년 11월 기준으로 무려 11.1% 증가했다. 전년(5.4%)과 비교하면 홈스쿨을 택하는 부모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LA지역 한인 대형교회 한 목회자는 "최근 연이은 법안 통과들을 보면서 우리가 사회 문제나 정치 이슈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둔감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며 "동시에 성경과 상충하는 이슈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더욱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는 점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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