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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소녀상은 없어질 것인가

최인성 사회부 부국장

최인성 사회부 부국장

소수는 소수여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교과서는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 결정에 배제되기 쉽고 목소리 전달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소리쳐도 잘 안들린다.  굳이 거창한 사회적 담론을 불러오지 않더라도 소수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우리의 주변의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키고 싸우지 않으면 존중받기 힘들다. 예들은 많다.  
“이러다가 소녀상 곧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몰라요.”  
소녀상을 설치하고 보존하는데 힘을 보태온 한 관계자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남가주 글렌데일에 일제의 폭압 속에 희생된 선조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소녀상의 출현은 미국 내 한인이라는 소수 그룹의 쾌거였고 정의의 실현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온갖 회유와 설득으로  시의원들을 흔들어 놓았다. 이제 전시할만큼 했으니 소녀상을 철거하자는 메시지를 줄기차게 내보냈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에 일부 시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시청의 허가로 관내 공식 설치된 동상이지만 시의회가 결정하면 언제든지 철거될 수 있다. 그럼 한인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우리 총영사관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압박을 알고 있으며, 대책은 있는 것일까.  
보스턴 하버드 캠퍼스.  
유달리 중국, 대만, 일본의 존재감이 큰 곳이다. 이들은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과 직원, 연구원들에게 본국을 소개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외교전이 의회와 백악관에서만 일어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해당 국가 대기업들은 학생들을 동경으로 베이징으로 초대하고 이들에게 존재감을 끊임없이 알린다. 포럼과 워크샵을 열어 학생들의 참가를 독려한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이들 국가들의 존재와 잠재력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으로 와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중국이 이런 활동들을 조직적으로 하는 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 한국의 접근은 무사태평과 안일함의 극치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우리 외교팀은 현지에서 좌충우돌하는 것 보다는 본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고없이’ ‘무탈하게’ 임기를 마치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 같다. 공직도 직장이고 가족을 돌봐야 하니 안정적인 마무리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국가 공무원은 그냥 직장인과는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외교부 규정에 따르면  영사관은 주로 재외국민 보호의 역할을 수행하며, 비자발급과 같은 영사 서비스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대학 캠퍼스에서도 외교와 통상 경쟁이 벌어진다면 이젠 영사관의 업무 분장도 달라져야한다는 것이 박 전 장관의 지적이다.  
다시 소녀상으로 돌아와보자.  


소녀상이 몇년 더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 순리이자 정상적인 것이라고 우리 모두 동의할 수 있다면, 일본 총영사관이 주장하는 ‘형평성’에 맞는 조치라고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없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며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소녀상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우리 외교무대에서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라면 외교부는 당장 모든 채널을 동원해서 소녀상 지키미 역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 총영사관이 수년 동안 공을 들였다면 우리가 당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아직도 영화 ‘모가디슈’에서 처럼 실제 총성이 울리는, 또는 총성도 없이 전개되는 외교 전쟁에서 고군분투하는 외교관들을 모두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전략을 재정비하고 경쟁자들에 버금가는 전술들을 과감히 선택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동포사회도 거들 수 있다. 우리도 분명히 그들 만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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