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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마음 표현’이 중요한 이유

김형재 사회부 차장

김형재 사회부 차장

‘극단적 선택’, 천부인권을 쥐고 태어났다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독한 결단’을 실행하기도 한다. 동물 가운데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집단자살 현상이 목격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의지 발현에 따른 사회적 자살은 인간이 유일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 자유의지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찬사 이면에는 독사과를 품은 사유라는 존재가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르네 데카르트의 말은 인간의 이중성도 보여준다. 성찰은 우리네 인생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지혜의 힘을 주지만, 동시에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져 무의미라는 자각에 허우적거리게 하기도 한다.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져본 이는 알겠지만,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인간은 의미를 찾기 위해 사는 존재라는 말로 삶의 연속을 긍정할까.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질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질문을 파고들수록 인식의 확장이란 지적 희열을 주지만, 수틀리면 냉소와 허무 앞에 무릎 꿇게 만든다.
 
극단적 선택은 자유의지가 품은 독사과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인간에게 발현하는 생각하는 힘의 무서움이다. 내가 듣고 보고 느끼는 현실을 스스로 중단하는 행위, 삶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냉혹한 판단이자 실행력이다. 자살을 함부로 재단하기엔 한 존재의 사유와 고통이 너무 깊다. 삶의 힘겨움을 아는 시기가 되면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는 연민과 공감마저 든다. 내 삶이 소중한 만큼 남의 삶도 소중하다는 간단한 세상 이치를 알아서일까. 어느 순간 자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자살하면 왜 안 되는가’라는 질문도 있다. 이런 되물음은 충동적 호소일수도, 우문현답일 수도 있다. 당장 삶의 희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흔한 객관식 답변이 호소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정신건강 전문가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각’에 잠식당해서라고 한다.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지면 자살이라는 선택지만 보인다고 한다. 지금까지 버틴 삶의 노력, 삶의 이야기 속에 꿈꾸던 미래, 인생의 의미를 느끼게 한 관계 등이 한순간 붕괴하면 극심한 고독과 고통을 반복해서라고 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이란 선택지만 몰두하다 후자에 관심을 두게 된다.
 
다만 극심한 고독의 상황에서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 표현’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 지인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솔직함을 주저할 필요도 없다.  공허의 소용돌이 속에 꼭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죽음은 두려움의 영역이다. 그 두려움 만큼 ‘삶에 대한 미련’도 강렬하다. 전문가는 공허의 소용돌이에 빠질 때 타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라고 당부한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다른 선택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자각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주변인은 자세다. 고민을 털어놓은 당사자에게 ‘그런 생각 말아라. 다들 힘들어도 산다’는 단편적 반응은 당사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살고 싶다’는 외침을 외면하지 말자.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공감은 삶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
 
극단적 선택은 때론 충동적일 수 있다. 평소 본인의 심리상태와 정신건강을 돌보는 자세도 중요하다. 의학적 기준에서의 우울증 항목은 ▶슬프고 울고 싶은 감정 ▶평소 흥미를 느꼈던 활동에 대한 관심 저하 ▶체중 및 식욕 변화 ▶과한 수면 또는 불면증 ▶무기력증 ▶자존감 저하 및 잦은 죄책감 ▶사고력 및 집중력 감퇴 ▶자살 등 죽음에 대한 관심  ▶삶의 의욕 상실 등이다. 위 항목 중 5가지 이상 해당하고,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난다면 당장 주변에 속마음을 표현해보자. 

김형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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