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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루크 장 하와이 부지사 “여성 리더십이 지금의 한인사회 만들어”

한인여성들의 인내와 헌신 존중
‘배려와 양보의 정치’가 좌우명
2-3세도 부모세대 정신 기억해야

실비아 루크 장 하와이 부지사

실비아 루크 장 하와이 부지사

지난해 선거에서 한인 정치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은 바로 실비아 루크(사진) 하와이 부지사다. 9살 때 서울에서 하와이로 와 1.5세로서 주정부 무대까지 자리를 넓힌 그의 리더십의 바탕은 무엇일까. 희생과 인내, 모범의 리더십으로 대변되는 ‘어머니상’이 그가 추구하는 정치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주 하원의원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도 욕심내지 않고 배려하는 의정활동으로 동료들의 존경을 이끌었다. 그의 가치관의 시작을 인터뷰와 연설 분석을 통해 돌아본다.
 
“우리 딸들이 자라면서 우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바로 리더십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루크 부지사의 어머니 문윤자씨는 매우 신실한 신앙인으로 딸을 뒷바라지했다. 그가 딸 실비아에게 ‘사랑하는 딸 은정에게, 사랑하는 주는 나의 힘’이라고 친필로 적어 선물한 성경은 딸이 한인 이민사에서 최고위 선출직인 부지사 취임 선서에 쓰였다.  
 
생존과 적응에 바빴던 1세 부모들의 관심과 사랑 아래 어린 9살의 실비아는 하와이의 사탕수수 같은 질긴 생명력을 갖게 됐다.  
 


“이민 가정에서 희생을 마다치 않았던많은 여성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인사회가 가능하다고 보면 정확합니다. 이들 어머니, 여성 리더들의 인내와 안목은 여전히 우리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게다가 이들은 이민자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역경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50~60년대 유색인종의 투쟁만큼이나 험난한 길이었음이 분명했다는 것을 지금의 2~3세 여성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취임식에서도 그의 리더십의 정의는 명확했다.  
 
“희생의 리더십으로 인생을 보여준 초등학교 은사님 때문에 9살 난 소녀는 미국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방과 후에도 시간을 내어 저를 지도해주고 헌신해준 그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 여러분 앞에서 리더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정치인이 되고도 항상 소속당의 이해를 먼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입장을 바꿔보고 양보해보는 미덕을 배우게 된 것입니다.”  
 
자신이 졸업한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에서 지난 5월 그가 내놓은 졸업 축하 연설은 아직도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회자한다.  
 
“2024년 신입생들은 수강신청을 온라인 대신 줄을 서서 서류를 내보면 어떨까요. 89년 졸업 이후로 우리 대학의 발전은 눈부신 것이었습니다. 좀 불편해도 여러분이 배울 것이 훨씬 많을 듯합니다. 영화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를 보면 과거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후회 없고 실패 없는 인생은 없는 겁니다. 모든 것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이 결국은 성공하는 인생이며, 결국엔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믿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  
 
졸업식 연설을 그대로 현실에서 보여주기라고 하듯 그에게도 큰 도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루크 부지사에게 이토록 벅찬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마우이 섬에서 사상 최대의 화재로 주민들이 100명 이상 사망하고 400명 가까이 실종된 것이다.  
 
화재 사태 30일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는 말을 했다.  
 
“엄청난 희생과 피해에도 주민들은 울고만 있지 않았어요. 현지 시장 부인은 주민들의 주거지를 만들기 위해 교회의 문을 두드리고, 식당에 불이 나서수십 년 된 사업체를 잃어버린 주인이 주민들 수천 명의 끼니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리더십은 말로만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부끄러웠죠.”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표를 얻고 취임했는데 눈앞에서수백 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그 심정은 오죽했을까.  
 
“이런 초현실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지사가 자리를 비워 지사 대행 역할을 해야 했고 잠을 전혀 잘 수 없는 날들이었죠. 상황에 대한 책임과 원인은 아마 수개월이 걸리겠지만 당장 주민들은 지낼 곳이 필요하고 식사를 해야 합니다. 어머니라서 더 마음이 아팠고 어머니라서 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하와이 화재는 주정부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사고 원인 조사부터 피해 보상과 연방 정부의 지원까지 수많은 일을 조율하고 감독해야 하는 일들이 남아있다. 업무 폭주 속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진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주민들이 보여준 놀라운 단결과 희생을 통해서 배운 것들을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딸들이 우리를 다시 기억하고 따라 배울 수 있도록 말이죠. 이 순간 다시 한번 저를 키워준 부모님이 자랑스럽고 한없이 감사합니다.”  
 
주민들은 이민자 어머니의 리더십을 가진 루크 부지사가 마우이 산불 복구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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