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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흰 구름이 흘러가는 저 푸른 하늘은 내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일까. 사는 것이 심란하고 외로룰 때 나는 육신을 비춰주는 거울을 보듯 하늘을 본다. 그럴 때마다 하늘은 항상 다른 얼굴로 나를 반긴다. 두 손을 활짝 펴 따뜻한 손으로 나를 안아주는 듯하다.
 
그 하늘엔 고달팠던 많은 내 삶의 사연과 애달픔이 들어 있다. 조금도 싫은 내색 없이 항상 내 마음을 받아 주고 내가 실족지 않도록 한없는 도움과 위로를 주시기에 나는 하늘을 바라볼 때는 평안과 위로를 느끼며 어떤 신비한 힘이 내게 닿은 듯, 생의 중압감에서 헤어 나오게 한다.
 
황혼에 기우는 나이가 되면 버리고 줄일 것이 한둘이 아니다. 잔소리와 참견도 그중 하나다.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같이 묵묵 불언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도 조금은 아는 나이가 되어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만족은 나 자신 안에 있지 절대 외부에 있지 않다는 것, 혁신적인 변화의 세대를 거치면서 인생은 지나가는 것이지 매달리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면서 좀 더 발전하고 나아지기를 소망해 보는 마음이 깊어진다. 주어진 운명의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과정은 후회보다 만족감이 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고 세월 가는 소리가 귓전에 윙윙 울린다. 영원한 것이 하나도 없는 이 세상에서 꼭 쓰려 했던 시간은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런 시간 속에 나는 무언가 사랑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빈 마음으로 홀로 앉자 시작된 글쓰기는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아 놓을 듯 용기백배 해 쓰고 또 쓰려고 한다. 글쓰기란 결코 들인 노력과 고통만큼의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것을…. 그러나 내게 글 쓰는 일이 있다는 것, 더욱이 자기 일에 대해 거의 신앙과 같은 열망과 깊은 애정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고 구원이 아니겠는가. 끊임없이 활시위를 당기노라면 어느 날엔가 바늘귀가 쟁반만큼 환히 열리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의 땅 위에 지쳐 다시 하늘을 보면 속이 시원하다. 하늘의 색이 고와도 구름이 없이 텅 비면 허전하다. 구름이 오가야 넓은 하늘이 살아나고 하늘빛도 영롱하다. 구름은 가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가는 세월같이 가고 변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 변하는 인생같이 변한다. 인생만큼이나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구름이 우리의 삶 같아 공감의 폭이 넓고 크다. 짙은 회색 구름으로 온통 찌푸렸던 하늘에서 비라도 한바탕 쏟아지면 수분이 말라 시들었던 식물이 싱싱해지듯 내 체내에도 생기가 돌고 비 갠 하늘엔 하나님의 약속에 증표인 무지개도 나타나고, 부모님 얼굴, 남편 얼굴, 선생님 얼굴들이 나타나 환한 웃음으로 함께 해 준다.
 
마음이 어둠에 싸일 때 하늘을 보면 언젠가는 밝음도 있다는 것을 예시해 주는 듯하다. 하늘을 보는 동안 절망을 넘어서 무언가 희망을 갖게 되니 그것이 하늘 위에서 오는 빛이 아닐까 싶다.
 
눈을 들어 끊임없이 하늘을 보고 하늘과 말을 하고 하늘의 넓은 자락에 나의 마음 전부를 내 쏟는다. 하늘을 그리워하는 자, 사랑하는 사람에게 열리는 문으로 나는 훗날 사랑의 짐 하나 등에 지고 그 문으로 들어서고 싶다.

김성옥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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