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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밥도둑

꽃게탕 끓이는 저녁이면
 
먼데 바닷냄새가 끌려온다
 
 
 
머금고 온 파도 토해 놓고
 


얼큰하게 익어
 
열반에 들었구나
 
벌겋게 열꽃 핀 등판
 
꽉 찬 속살 끌어안고 여유만만,
 
펄펄 끓는 거품 속에 엎드려
 
파도타기를 하는 것도 같다
 
 
 
꽃게탕을 두고
 
밥도둑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절지동물 게 왈(曰)
 
누군가를 먹이는 일이어서
 
보시(布施)라 하네
 
 
 
함께 밥 먹고
 
서로에게 밥이 되는 식구들
 
이 얼마나 놀라운가
 
우리도 보시하면서
 
한 생을 건너고 있다니!

변정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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