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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커스] ‘100년 한인기업’ 탄생했으면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전문직에 종사하는 지인을 만났더니 사무실 이전 걱정을 하고 있었다. 빌딩 관리업체에서 건물을 아파트로 바꾼다며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도 들었지만 진짜 고민은 옮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사무실이 있는 곳은 LA한인타운 윌셔 길에 있는 사무실 빌딩이다.  
 
LA한인타운 중심인 윌셔 길이 달라지고 있다. 도로 양옆으로 즐비한 사무실 빌딩들이 하나둘 아파트로 변하는 중이다. 수십 개에 달하는 빌딩 가운데 몇 개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아파트로 바뀔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윌셔 길의 변화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곳이 한인경제권에는 상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한인경제권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1990년대 한인경제권이 급성장하면서도 이곳도 팽창하기 시작했다. 한인 투자자들이 이 지역 빌딩 매입에 나섰고, 그 빌딩은 한인 입주자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입주자의 대부분은 금융·법률·회계·부동산·보험 등의 업체였다. 이른바 전문 서비스 업종들이다.  한인경제권이 내실을 다지며 성장하는 데 이곳 업체들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윌셔가는 ‘한인 화이트칼라 타운’으로 불리기도 했다. 기존의 올림픽이나 웨스턴 길에 형성됐던 한인 상권과는 다른 형태의 한인 경제권이었다.  
 
이런 윌셔 길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다. 이 지역 한인 업체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무실 임대 수요의 감소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간접적인 자료로도 확인이 된다. LA시 재무국 자료에 따르면 미드 윌셔가 포함된 LA한인타운 지역의 신규 비즈니스 등록 건수는 2018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미드 윌셔 지역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32% 선까지 높아졌다. LA 대부분 지역이 공실률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드 윌셔는 주변 지역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오피스 빌딩의 아파트 전환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입주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런 질문에 관계자들은 다른 지역 이전보다 업체 숫자 자체가 줄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한다. 수요 감소에 경쟁 심화로 폐업하는 곳이 생기고 1세 창업주의 은퇴와 함께 문을 닫는 업체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모호한 규모라서, 혹은 미처 후계 플랜을 마련하지 못한 채 은퇴하는 1세 사업주들도 많다고 한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이런 사례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1세 창업주의 은퇴 증가는 요즘 한인 경제권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물리적으로 은퇴 연령에 도달한 데다 비즈니스 환경도 급변하면서 은퇴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윌셔가의 1세들처럼 미처 후계 플랜을 세우지 못해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거 ‘한인 업종’으로 분류됐던 업종들의 성장 동력이 많이 약해진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인 1.5세나 2세들의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은 1세들이 이룬 성과에 비해서는 미흡해 보인다.  의류업체 ‘포에버 21’의 파산 이후 아직 내세울 만한 한인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런 상황을 설명한다.  
 
미국에 핫소스 바람을 일으킨 스리라차 소스를 만드는 ‘호이 퐁 푸드’나 중국식 패스트푸드를 유행시킨 ‘판다 익스프레스’는 후계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사세도 급성장했다.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한인 1세 창업주들도 참고할만한 사례다. 성공적인 후계 플랜으로 이들 업체를 능가하는 ‘100년 한인기업’이 탄생했으며 하는 바람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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