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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사랑의 기술

손헌수

손헌수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 시작되었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는 사업은 없을 것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지만, 히틀러의 광기를 피해 1934년에 미국으로 온 에리히 프롬이라는 정신분석학자가 쓴 “The Art of Loving”에 나오는 문구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 말로 “사랑의 기술”로 번역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책의 제목이 “사랑하는 방법” 또는 “사랑하는 능력”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작가는 “사랑”이 인간실존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한다. 고독한 현대인이 겪는 실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는 그동안 자연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 속에서 살다가 계속된 좌절 속에서 고독과 단절을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고독감의 해결을 위해, 무엇인가 몰입할 것을 찾는다. 도박이나 술, 게임이나 심지어 마약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일시적이며 궁극적이지 않다.
 
작가는 사랑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그 이유를 아직 좋은 “대상”을 만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작가는 사랑이 “대상”을 밖에서 찾는 행위가 아니라 사랑하는 “능력”을 자신 안에서 키우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본다.  
 
사랑하는 능력은 훈련과 집중, 인내와 관심으로 키울 수 있단다. 자아도취를 극복하고, 상대방의 상황과 상대방의 조건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무한히 믿는 훈련을 해야 한다. 동시에 상대방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정신을 집중한다. 이런 훈련과 집중이 더디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참는 것이 인내이다. 또한, 자신의 사랑이 성장하고 상대방도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단다.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에게 사랑이란 “한 순간에 피었다가 지고 마는 격정적인 감정 따위가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기술이자 결단이다.”
 


그는 또 인간이 실존적인 문제, 즉 고독을 이기기 위해서는 “성숙한 사랑”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한다. 성숙한 사랑은 자신을 상실한 채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성숙한 사랑은 자기다움을 간직하고 상대의 자기다움을 지켜주는 사랑이다. 성숙한 사랑은 수동적으로 경험되는 감정이나 격정적인 설레임이 아니라, 구체적이며 능동적인 활동이란다. 또한 성숙한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란다. 자신의 기쁨, 진심, 관심, 이해, 지식, 경험, 유머, 슬픔을 주는 것이다. 프롬은 성숙한 사랑을 위한 사랑의 네가지 요소로 보호, 책임, 존경, 그리고 지식을 이야기 한다. 상대방의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상대방의 문제를 내 문제로 받아들이는 책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존경, 상대방의 핵심으로 다가서는 데 필요한 것이 지식이다.
 
에리히 프롬의 주장에 따르면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 나의 사랑이 위기인 것은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훈련과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격정적인 설레임과 끌림이 없이 과연 어떻게 사랑이 시작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능력만 키운다면 세상의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인가? 프롬은 56세에 “사랑의 기술”을 출판하였다. 그가 중년의 위기를 다잡기 위해, 스스로를 다지기 위해 이 책을 쓰면서 자기 훈련을 한 것은 아닐까?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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