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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와 공모자들

정 레지나 LA 독자

정 레지나 LA 독자

재임 중 탄핵 위기 두 번, 퇴임 후 91개 혐의로 기소 네 번.  2024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꼬리표다. 증오범죄를 부추기며 권위주의 지도자를 동경하고 자기애가 강한 인물이 백악관에 재입성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투표의 신뢰성을 공격하며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 ‘rigged(조작되고), stolen(도둑 당하고), hoax(사기) 선거였다’는 주장을 펴며 발 빠르게 주와 연방 법원에 62개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61개에서 패배했다.  
 
공정하게 진행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면 많은 공모자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선거 시스템은 연방과 주로 분산되어 있어서 전국 단위의 전략가가 주와 지역의 작전 수행자들이 공조해야 한다. 트럼프의 비서실장이었던 마크 메도우와 변호사들, 일부 공화당 의원 및 전국 공화당 위원회 임원, 여기에 일부 언론인과 연방 의사당에 난입했던 인물들이 공모자가 됐다. 트럼프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진행됐는지를 말해준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공모자들에 관한 전체적인 내용을 그래픽으로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에 관한 정보는 브루킹스 연구원인 노만 아이젠이 수집했다. 잭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를 기소하면서 공모자 6명은 기소하지 않고 언급만 했고,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검사는 공모자 18명도 트럼프와 함께 기소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200명 이상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연루됐다고 한다. 7개 주에서 형성된 84명의 가짜 선거인단도 포함해서다. 이들은 트럼프가 없었다면 벌써 기소됐을 것이다.
 


탄핵은 정치적 행위이며, 기소는 법적 조치다. 탄핵과 기소된 혐의 내용을 보면 트럼프의 국가 및 법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다. 그는 책임에서 벗어날 때마다 더 과감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트럼프는 의회가 인준한 우크라이나 지원금을 동결하고 젤린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 가족의 조사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국가는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라는 압력을 행사해 권력남용과 의회 방해로 2019년 처음 탄핵 위기를 겪었다.  
 
트럼프는 정치로 법망을 피하려 한다. 실제 지금까지 정치가 법 집행의 방어 역할을 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 지지자들은 더 결집했다. 정점은 의사당 폭동 사건이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미국의 선거 시스템을 불신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기소 건수가 늘어날수록, 그의 반격이 과격할수록 지지율은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인다.  
 
트럼프는 타고난 선동가다. “지옥처럼 싸우지 않으면 더는 국가가 없다”며 의사당 난입 폭도들을 부추겼고, 네 번 기소된 요즘은 “나는 당신들을 위해 기소됐다. 내가 당신들을 침묵하도록 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침묵시키려 한다”고 말한다. 덕분에 후원금은 크게 늘어 지지자들의 돈으로 엄청난 변호비를 충당하는 셈이다.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 권력남용과 사법방해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리차드 닉슨 전 대통령은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임 시 3만개 이상의 거짓말 혹은 오도된 주장을 했다는 트럼프는 선동가이거나 포퓰리스트 정치인일 뿐인지 모르겠다.
 
만약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대선 결과 뒤집기에 연루됐던 인물들이 새 정부의 요직을 맡아 보복과 충성의 정치판을 벌일지도 모를 일이다. 부정직하고 타락한 리더 주변의 인물들은 공모자가 되기 쉽다. 트럼프의 리더십은 갈등 조장과 자신의 이익 추구에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정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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