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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엄마의 새 아파트

이리나 수필가

이리나 수필가

엄마가 새 아파트로 이사 갔다. 방도 없고 싱글도 아닌 작은 스튜디오다. 이 노인 아파트에 애플리케이션을 넣은 지 6년 만이다. 코리아타운 외곽에 위치하지만, 병원도 가깝고, 걸어가는 거리에는 한국 마켓도 있고 목욕탕도 있고 만물상도 있고 은행도 있다. 차도 없는 엄마가 혼자 사시기에는 알맞다.
 
엄마 집은 아파트 오피스 바로 위층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는 1층이고 밖에서 보면 2층이다. 엄마는 좀 높은 층에서 살기를 바라셨다. 7층이나 8층쯤 되는 집에서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밤에는 고층 건물의 야경을 보면서 살고 싶으셨는데 1층에 당첨되어서 약간 실망하셨다. 하지만 창문을 통해 푸른 잎이 한창인 고무나무와 후박나무, 그리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그전 아파트는 춥고 쌀쌀한 날에는 히터가 나와서 쾌적했지만, 에어컨은 없었다. 건축한 지 오래된 아파트는 추위나 더위를 막을 수 있는 내열재가 제대로 들어가질 않았는지 여름에 아파트 로비 문을 열면 더운 열기가 확 달려들었다. 100년 만이라는 작년 무더위에 그 아파트는 거의 벽난로 수준이었다.  
 
얼음을 넣어 작동하는 선풍기와 북극의 얼음 바람이 나온다는 선풍기도 틀어봤지만, 작년 더위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에어컨을 사서 달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어서 실내 에어컨도 사지 못했다. 더운 열기만 돌리는 선풍기를 아예 끄고 엄마는 계속 찬물로 샤워하며 괜찮다고 했다.  
 
아파트가 밀집된 다운타운 근처 동네에는 밤마다 총소리가 났다. 아파트 벽은 그동안 살았던 사람의 흔적 중에서 고약한 냄새만 간직했는지, 더워서 창문을 열면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 시멘트벽은 역겨운 냄새를 뿜어냈다. 차라리 창문을 열지 않는 것이 나았다.  
 
이삿날은 더웠지만, 이삿짐센터 직원 둘이 세 시간 안에 능숙하게 끝냈다. 개인용품과 서류 박스를 나르느라 땀을 흘린 아이들이 새 아파트에 발을 들여놓으며 소리쳤다. “할머니 아파트에 에어컨이 있다.” 세상에 당연한 것 하나 없다. 벽에 설치된 에어컨을 보며 감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엄마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줄어든다. 그래도 필요한 용품은 다 있다. 그러고 보면 살아가는 데 정작 필요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침에 빨아서 방에 널어놓은 빨래가 오후에 다 말랐다고 좋아하시는 엄마. 전에 살던 집은 빨래가 마르는데, 며칠이 걸렸다. 동생이 사준 습기 제거 기계는 하루에 1갤런 이상의 물을 뽑아냈다.  
 
우리 집 리빙룸 크기의 작은 엄마 아파트. 하지만 너무 귀하다. 한밤중에 자다가 깨어도 엄마의 새 아파트만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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