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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전기차를 적극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

박낙희 경제부 부장

박낙희 경제부 부장

자동차업계에 전기차(EV) 열풍이 불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EV라면 오토쇼에 컨셉트 모델 중 하나로 등장했었는데 변화의 바람이 예상보다 거세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EV는 2010년부터 생산, 판매되기 시작한 닛산 리프로 2016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순수 EV였다. 하지만 현재 EV 붐의 물꼬를 튼 것은 테슬라다. 지난 2003년 설립 후 2017년까지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던 테슬라는 2017년 출시된 보급형 모델3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테슬라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자동차업체들은 서둘러 전동화 경쟁에 뛰어들어 기존 개스차를 활용한 전동화 모델이 아닌 순수 EV 모델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개스차와의 가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고유가 시대에 유지비까지 저렴하다는 점에서 E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올해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체 EV는 737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2%가 급증했다는 사실만 봐도 EV 광풍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를 취재하다 보니 새로 출시되는 EV를 시승해 볼 기회도 많다. 그럴 때마다 EV가 주는 운전의 재미에 세련된 디자인, 첨단 사양까지 매번 견물생심에 빠져들곤 한다.  
 
“자동차 담당 기자니 당연히 EV에 대해 잘 알 것 아니냐, 어떤 EV를 추천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듣지만 아직 EV를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유는 초기 구매 가격이 동급 개스차에 비해 여전히 비싸고 무엇보다 충전시설이 EV 확산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V업체들은 DC급속충전을 통해 20~30분이면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주유소처럼 도로를 가다 보면 곳곳에 충전소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급한 용무가 있는 경우에는 1분이 아쉬울 수 있다.  
 
실제로 JD파워가 최근 발표한 EV 충전 경험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공공 충전시설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 충전소의 레벨2 충전에 대한 만족도가 조사를 시작한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DC급속충전에 대한 만족도는 하락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만족도 하락은 충전 속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충전소 위치, 시설 관리 부실 등도 한몫하고 있다. 충전소를 방문한 EV운전자의 20%는 충전기 고장, 결제 불가능 또는 긴 대기 차들 때문에 충전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남가주에서 EV충전소가 가장 많은 도시는 LA와 어바인으로 1000km당 충전기가 각각 92.9개, 92.7개로 전국적으로는 7위와 9위, 가주에선 3위와 4위를 차지해 톱 순위권이다. 
 
그런데도 주말 어바인 지역 쇼핑몰에 가보면 충전 순서를 기다리는 전기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충전하는 동안 다른 업무를 보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테슬라 수퍼차저 등 대부분의 공공 충전시설들이 충전 완료 후 5~10분이 지나도 충전기 플러그를 분리하지 않을 경우 분당 40센트에서 1달러까지 수수료를 부과한다. 폭염에 차창을 열어 놓고 충전을 기다리는 운전자 모습을 보면 사서 고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장 이상적인 충전 시스템은 가정에 레벨 2 충전기를 설치하고 전기료가 가장 저렴한 밤새 충전하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EV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차고 달린 단독주택 거주자가 아니고서는 공공 충전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충전은 30분 내로 가능하지만, 비용이 비싸 개스비를 절약하려고 전기차를 구매한 이유가 무색해진다.  
 
자동차업체들이 새로운 EV 개발에 쏟는 노력 이상으로 충전 인프라 보급, 확대에 힘쓰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EV 시대’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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