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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맥아더 파크의 두 얼굴

맥아더 파크의 두 얼굴

맥아더 파크의 두 얼굴

LA 도심 속 공원인 맥아더 파크는 앤젤리노들의 ‘정신(soul)’이 깃든 명소다. 할리우드의 황금기가 시작됐던 1920년대부터는 특히 LA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리처드 해리스가 부른 ‘맥아더 파크(MacArthur Park)’라는 노래가 1968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며 전국적으로도 유명해졌다.
 
그랬던 맥아더 파크가 변했다. 70년대로 접어들면서 슬럼화됐다. 갱조직간의 알력이 끊이지 않았다. 마약, 매춘 등 범죄의 온상이 됐다. 어둠이 드리우자 빛은 설 자리를 잃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낭만을 향유하던 극장, 호텔, 식당 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어그러진 맥아더 파크는 지금도 옛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종 마약인 ‘펜타닐’이 이곳에서 판을 친다. 공원 인근에는 펜타닐에 취한 수백 명의 노숙자가 마치 좀비처럼 서성거리고 있다. 그들이 쓰고 버린 주사기, 베이프 등이 길거리에 나뒹군다. 펜타닐 과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할리우드 탓일까. 마치 디스토피아적 좀비 영화의 실사판 같다.  
 
9월의 어느 하루, 굵은 물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호수를 향해 솟구치는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맥아더 파크에서는 매달 수질 개선을 위해 호수 정수 작업을 진행한다. 담수의 적정한 용존 산소량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깨끗하게 유지되는 호수에 사는 물고기는 낚시꾼들에게 큰 기쁨이다. 이곳은 캐나다 기러기 등 135가지의 철새 도래지다. 호수에는 블루길, 잉어, 메기 등 여러 종류의 물고기도 서식한다. 맥아더 파크는 LA역사 문화 유적 100호로 지정(1972년)된 곳이다.
 
자연은 이 공원에 계속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단, 인간만은 예외다. 호수 주변의 많은 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펜타닐이 앤젤리노들의 ‘정신’을 갉아 먹고 있다. 물줄기 너머 파란 하늘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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