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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나무 아래에서

그 나무 아래에는 언제나 의자가 있다
 
가만히 앉아 하늘을 볼 수 있는 자리
 
잎사귀 하나가 깊은 위안이 된다
 
 
 


어떤 시간이 오면
 
비어있던 얼굴에 주름살이 지나며
 
가득 찬 표정이 그곳에 있다
 
 
 
펼친 가지가 전하는 말과
 
그 공간에 낙원을 만드는 힘이
 
우리가 모르는 꽃으로 나오고
 
손바닥 위에 열매로 드러난다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손을 잡아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문을 열고
 
글을 주고받고 이야기하고 악수한다  
 
 
 
하늘을 품고 춤추는 가지 끝의 노래
 
도토리 하나 떨어져 정적이 깨지고
 
바람이 지나며 넘겨지는 책장이나무 아래 차 한잔을 완성한다

안성남 / 수필가·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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