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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비 인형 문화와 영화 ‘바비’

정 레지나

정 레지나

1959년 처음 출시된 바비인형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바비’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코미디와 판타지 장르인 영화는 페미니즘적 메시지 덕분에 여성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으며, 베이비부머와 Z세대가 함께 즐기는 문화적 감동이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바비’는 미국에서 개봉 3일 만에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 작품이 되었고, 국제적으로는 17일 만에 수익 10억 달러를 넘기는 올해 두 번째 히트작이 됐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했고, 일본에서는 원자폭탄 제조 과정을 다룬 ‘오펜하이머’와 결부시킨 홍보 광고로 일본인의 감정을 상하게 해 논란이 됐다. 중국서는 여성의 자립을 다룬 주제가 젊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 시간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동서양의 이런 흥행 차이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문화적 배경과 선입견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 문화에서는 어린이가 비현실적인 어른 체형을 가진 인형과 노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바비에 대한 미국인들의 어린 시절 추억은 세대를 막론하고 영화와 감정적인 연결 고리를 쉽게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바비인형이 한 번도 큰 인기를 얻은 적이 없어 영화에 담긴 유머가 낯설고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듯싶다.
 
 ‘바비’에는 여러 명의 바비와 바비의 남자 친구인 ‘켄’이 등장한다. 이들은 마텔사가 출시한 다양한 직업과 이미지를 가진 바비와 켄 인형들이다. 주인공 인형(바비 역할의 배우 마고 로비의 이름을 따서 ‘로비의 바비’라 불린다)은 금발에 8등신 몸매를 가진 전형적인 외모(Stereotypical Barbie)의 바비다. 인형들은 낙원 같은 바비랜드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나, 영화 끝부분에 바비는 더는 바비랜드에 안주할 수 없고, 또 인간적 감정과 경험을 원해서 죽음이 없는 인형 세계를 떠나 인간 세계인 캘리포니아에서의 삶을 선택한다.  
 


바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주인공 바비의 소유주인 10대 소녀 샤샤와 그녀의 엄마 글로리아의 발언에 드러난다. 샤샤는 페미니즘을 비난하며 바비가 미국 사회 오류의 상징이라고 주장해 바비인형에 대한 비판을 대변한다. 반면에 글로리아는 “여성은 늙어도 안 되고, 항상 공손해야 하며, 자랑하지도 말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넘어지거나 실패하지도 말고, 도를 넘어서도 안 된다”고 성 평등의 한계를 지적한다.
 
 의사이며 작가인 앤디 자이스러는 “바비는 우리의 어린 시절과 여성의 상징이자, 여성의 희생양이며 우리의 거울”이라고 말했고, ‘바비’의 감독인 그레타 거윅은 “우리와 바비는 서로를 창조했다. 그리고 다시 서로를 재창조했다. 그리고 지속해서 대화를 나눈다”라며 인간과 바비의 상호 지속적인 영향력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미셸 골드버그는 “영화 ‘바비’와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국 투어 공연인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가 올여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현상인데, 두 이벤트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고 논평했다. 둘 다 여성의 성장 이야기로 여성의 존재적 위기 극복과 성차별에 대한 저항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바비는 출시부터 화제와 논란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여성의 욕망과 미적 기준의 대상으로서 지난 64년 동안 끊임없이 이미지 변화를 시도해 왔다. 영화 ‘바비’는 어른들을 위한 작품으로, 감독은 바비 인형을 창조한 루스 핸들러를 통해 소녀들에게 “바비가 한다면 너도 할 수 있다. 인생은 웃기지만 감동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NBC뉴스는 많은 여성이 영화를 통해 남자 친구가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이해하는지, 혹은 적어도 수용하는지 알아보고 싶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감동은 받지 못했지만, 신선함과 기발함에는 최고 점수를 주고 싶다.

정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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