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도 찍어 먹는다, 미국 홀린 한국 매운맛
K드라마·유튜브 먹방 영향
관련제품 해외 매출 80%도
라면 넘어 핫소스 판매 급증
한인마켓, 별도 코너 마련
물가상승으로 소비 지출이 둔화하고 있지만 매운맛 제품의 판매는 꾸준히 상승 중이라는게 업계가 전하는 말이다.
한 마켓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매운 라면 판매가 급증해 라면 전체 매출의 20~25%를 차지한다”며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열풍이 Z세대 사이에서 퍼지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게 된 매운맛 챌린지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마켓에서 매출이 높은 대표적인 매운맛 제품은 라면과 핫소스다.
매운 라면 인기는 농심 신라면, 오뚜기 열라면, 팔도 틈새 라면으로 시작돼 2012년 삼양 불닭볶음면 출시로 물꼬를 텄다.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얻으며 부재료를 섞어 다른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레시피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현재 한인마켓에서 판매 중인 불닭볶음면은 치즈, 짜장, 까르보, 미트 스파게티 등 10여 개로 늘어났다.
불닭볶음면으로 매운맛 체험이 쌓이면서 매운 라면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특히 더 강렬한 매운맛의 라면을 즐기기 위해 마늘, 후추, 캡사이신, 청양고추, 스리라차 등 부재료를 라면에 넣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추세다.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삼양식품은 최근 한국에서 매운 국물 라면 브랜드인 ‘맵탱’을 출시하고 더 매운 국물 라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오뚜기는 마열라면을 내놨다. 열라면의 후속 상품으로 마늘과 후추 맛을 더해 매운맛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다. 농심은 신라면보다 두 배 매운 한정판 제품 신라면 더 레드로 매운 라면 시장 전쟁에 뛰어들었다. 신라면 더 레드는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가 신라면의 2.2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운 라면 수요가 증가해 한국에서 출시한 매운 라면 신제품 물량을 타진 중이라며 매운맛 제품이 매출 효자 상품”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 매출의 80% 이상이 불닭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다.
시온마켓 버몬점 잔 윤 점장은 “삼양 식품의 불타는 고추짜장, 불타는 고추 짬뽕 등 신제품 판매가 시작됐다”며 “판매 중인 팔도 불짬뽕, 수라상 춘하추동 불밀면, 수라상 마라탕 우동면, 팔도 비빔면 매운맛, 동원 얼큰 칼국수 등 강력한 매운맛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매운맛 전쟁 2라운드는 소스류다. 한인마켓에는 삼양 불닭소스, 청우 캡사이신 매운맛 소스, 팔도 틈새소스, 이슬나라 캡사이신 등 10여 종류가 넘는다.
고추기름보다 더 매운 캡사이신 소스는 라면, 순두부, 짬뽕, 해물찜 등 요리에 칼칼하고 화끈한 매운맛을 더해 매운맛 마니아들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다.
고추장보다 더 매운 맛 소스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시온마켓 버몬점은 핫소스 섹션을 별도로 마련했고 H마트도 핫소스 선반을 마련했다.
한 마켓 관계자는 “유튜브,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핫소스 먹방이 퍼지면서 한인마켓에서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며 “프라이드치킨, 김밥, 만두, 심지어 피자 등을 찍어 먹는 디핑 소스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매운맛을 즐기는 타인종 증가는 대미 수출 실적에서 엿볼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LA지사에 따르면 올 1월~7월까지 매운맛의 대표 식품인 김치, 고추장 등의 미국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동기간 고추장과 김치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금액 증가율은 각각 29.8%와 31.3%나 됐다.
또한 매운맛 라면의 수출 호조로 라면 전체 수출액도 늘었다는 게 aT LA의 설명이다. 올 1~7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6975만5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25만8000달러보다 31%나 더 많았다.
김민호 aT LA 지사장은 “올해 상반기 미국 농수산 식품 수출 실적에서 매운맛 라면, 떡볶이, 김치, 고추장 등 매운맛 식품군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K드라마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매운맛 식품들이 꾸준하게 노출되면서 타인종의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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