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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쾌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장수아 사회부 기자

장수아 사회부 기자

지난 2015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이 겪는 다양한 감정들을 의인화해 캐릭터로 표현한 영화다. 기쁨이와 슬픔이, 소심, 까칠, 버럭이까지 5가지 감정들이 나온다. 마음속에 ‘기쁨이’ 하나만 남겨놓고 싶은 게 우리의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그 모든 감정이 하나의 구슬 안에 융합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자아낸다. 나쁘다고 치부하며 애써 지워버리려고 했던 그 감정이 결국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이며,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한인들에게 좀 더 와 닿지 않았을까 싶다. ‘참는 게 미덕’이라는 오랜 한국적 사고로 한인들은 내면에 있는 감정들을 제대로 돌보기보단,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급급했다.  
 
실망과 걱정,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이 생겼을 때 ‘나는 왜 이렇게 정신력이 약할까’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또는 가짜 감정으로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불안은 약한 사람이나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해 되레 화를 내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 ‘혼자가 편하다’라는 생각으로 덮어버리기도 한다.    
 
BBC 뉴스는 이처럼 불쾌한 감정을 외면하고 자신을 단속하는 성향을 ‘무드 쉐임(Mood Shame)’이라고 정의한다고 전했다. 이런 성향은 부정적이고 불쾌한 감정을 품는 것은 자신을 실패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 만성적인 감정 장애 치료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매체는 강조했다.  
 


우리는 이같은 ‘무드 쉐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UC버클리 연구팀 아이리스 마우스 심리학 교수는 1000명의 참가자에게 3가지 질문을 주며 점수를 1~7까지 매기도록 했다.  질문은 ▶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스스로 말한다 ▶비이성적이거나 부적절한 감정을 가진 스스로 비판적이다 ▶나쁘거나 부정적인 감정은 느껴서는 안 된다 등이다.
 
그 결과, 높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들이 더 쉽게 우울증과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반적으로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도 낮았다. 반면, 불편한 감정을 편견 없이 받아들인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훨씬 더 건강했다고 전했다.    
 
감정을 받아들이란 것이 감정에 압도되라는 뜻은 아니다.  감정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냐가 차이를 만든다. 잘 걸러진 감정은 성장을 위한 연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려면 먼저 감정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 이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 수치스러움인지 정확히 구별하는 것이다. 감정을 파악했다면 그다음은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불완전하고 미숙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런 용기는 ‘성취로부터 오는 자만심’, ‘다른 이의 성공에서 비롯된 질투심’ 등 다소 부끄러울 수 있는 감정들도 인정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기에 건강하고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면의 용량을 키울 수 있는 잠재적 도구로서의 역할 등이다.  
 
한국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감정을 뜻하는 ‘emotion’의 라틴어 어원은 ‘움직이다’라는 뜻의 ‘movere’다”라며 “ 모든 감정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왜곡되지 않은 감정은 언제나 옳은 길을 알려주며 고통스럽고 불쾌한 감정에도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시련과 역경을 통해 성장한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스러울 수 있다. 회복을 위해 희망과 긍정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저 나쁜 감정이니 덮어두거나 단번에 털어버리려고 하는 것은 본인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감정도 소화될 시간이 필요하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인 감정들을 파악하고 인정하며 긍정적으로 풀어나갈 때, 우리의 내면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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