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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오문강 시인의 '사람사랑' 노래

오문강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선생님 꽃 속에 드시다’를 가슴으로 읽었다. 말과 글이 터무니없이 짧게 토막 나는 ‘외마디’시대에 온돌방 아랫목처럼 넉넉하고 푸근한 시를 읽으니 마음이 온통 따스해졌다. 신작 시 39편과 1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 이 시집은 제28회 ‘미주문학상’ 수상을 자축하는 의미도 담고 있어 각별하다.
 
오문강 시의 바탕은 진득한 ‘사람사랑’이다. 작품마다 구석구석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진하게 배어 있다. 사랑의 대상은 아버지, 손자 손녀 같은 가족부터 오랜 친구, 국어 선생님, 문단의 어른들, 글 벗 등 다양하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이 아니라, 시인의 삶에 중요한 흔적을 남긴 구체적 인물들이다. 시인은 이들을 거울삼아 자신을 드러내고 옷깃을 여민다. 사실 시의 본질은 그렇게 맺어진 관계를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는 일의 진솔하고 정직한 기록일지도 모른다.
 
오문강 시의 또 다른 미덕은 식물성 사유가 빚어내는 담백하고 깊은 맛이다. 아버지께서 “나 본 듯이 보거라”며 심어주신 향나무처럼 질박하다. 조미료를 치지 않은 음식의 참맛 같다. 그의 시에 나무나 꽃이 유달리 많이 나오는 것은 그 투명하고 겸손한 생명력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친구에게 말한다, “그 속에 우리들이/한 그루 정직한 나무로 서있구나”라고. 시인은 ‘정직한 나무’로 늘 건강하고 향기롭기를 바라는 것이다.
 


식물성 사유의 정점은 떨어진 꽃잎을 제자리에 붙이려 애쓰는 손녀의 모습에서 아름답게 드러난다.
 
“허리 굽혀 자세히 살펴보니/ 왼손엔 떨어진 꽃잎이 한장 들려 있고,/ 오른손으로 옮겨 쥔 꽃잎 한장을/ 제 자리에 갖다 붙여주려고 애를 쓰는데 안 붙는다/ 안 붙는다!”-〈안 붙는다〉 부분
 
이 시집의 마지막 묶음인 3부와 4부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상 떠난 문단 어른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친하게 사귄 글 벗들에 대한 신뢰, 나성(LA) 한인 글동네 사람들의 훈훈한 풍경, ‘미주한국문인협회’ 탄생 무렵의 낭만과 열정 등으로 가득 찬 시들과 산문은 ‘오문강 식 사람사랑’이면서 동시에 소중한 역사 기록이기도 하다.  
 
하나같이 그립고 반가운 이름들이다. 우리 미주한인문학의 기초를 다진 고마운 분들이다. 특히 이미 세상 떠난 분을 그리는 시를 읽노라면 자연스레 눈길이 하늘을 향한다. 결국 이런 글들이 모이고 쌓여 우리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 시집은 오문강 시인의 시론(詩論)과 철학을 정리한 책으로도 읽힌다. 시에 등장하는 문단 어른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시 정신을 요약하는데, 하나같이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이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
 
오문강 시인의 가장 큰 덕목은 아주 편안하고 쉬운 말로 핵심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힘이다. 잔재주를 부리거나 지나치게 꾸미지 않는다. 문학평론가인 방민호 교수(서울대 국문과)의 평은 정확하다. “오문강 시인의 작품들은 일견 일상의 소소한 경험들을 그려놓은 것 같지만 마치 물 한 방울에 세계를 담듯이 삶이라는 문제를 숙고하게 한다. 평이한 듯한 진술 속에 시인의 비범한 성찰적 시선과 태도가 돋보인다.”
 
오문강의 시는 요새 젊은 시인들의 ‘현대시’처럼 어려운 시어(詩語) 범벅으로 난해한 시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어려운 낱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글이라기보다 말에 가깝다. 그래서 편안하다. 그냥 평소에 쓰는 편안한 입말로 툭 툭 던지는 언어 안에 깊은 뜻과 울림이 담겨있다. 마치 씹을수록 맛깔 나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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