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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호주의 절박한 이민정책

“불과 3㎞ 남짓 떨어진 학교에 아이를 차로 등교시키는 데 45분이 걸려요. 1시간 반이나 허비한 적도 있어요!” 신흥 개발국의 대도시 등에서나 벌어질 법한 이 교통지옥이 일어난 곳은 의외로 호주 멜버른이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호주 당국은 급격한 이민자 유입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올해 호주통계청 집계에 의하면 멜버른은 시드니를 제치고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에 올랐다. 올 7월 기준 520만 인구로, 그 숫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인도 이민자가 대거 정착한 인근 서쪽 지역까지 멜버른시에 속하게 됐다. 20년 전 인구가 350만 명이 채 안됐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확장이다.
 
멜버른뿐 아니다. 호주 전체를 놓고 봐도 팬데믹이 잠잠해지면서 인구증가율이 지난해 1.9%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늘어난 인구를 수용할 주택을 짓고 있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대중교통 등 각종 편의를 위한 인프라, 특히 도로망 확충이 함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이민자뿐 아니라 기존 주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한마디로 시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그런데도 호주 정부는 이민자 정책을 계속 완화하며 국경을 열고 있다. 왜 그럴까. 널리 알려진 대로 호주는 이민자의 나라다. 2차 대전 이후 호주 정부는 수십년간 ‘인구증가냐 소멸이냐’(populate or perish) 정책을 펼쳐 왔다. 1945년에서 1965년 사이 이민자 200만 명이 호주로 이주해 정착했다. 당시 목표가 단순 인구 유입이었다면 요즘엔 사정이 다르다. 목적이 보다 분명하고 뚜렷하다. 인구 고령화와 지구온난화 등의 선진 각국이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난제를 해결하려면 특정전문인력을 유치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요즘 호주 정부가 내건 구호 ‘skill up or sink’(상승할 건가, 침몰할 건가)에서 그 절박함이 엿보인다. 아이를 등교시키는 부모들의 스트레스가 커질지언정 외국의 인재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은 어떤가. 인구소멸의 길에 들어섰다는 각종 예측과 경고에도 실효성 있는 출산율 증대 정책은 커녕 적극적인 이민 정책에 대한 논의도 아직 빈약한 상태다. 인구 문제는 최근 국민이 답답함과 수치심을 느끼며 바라본 잼버리 사태처럼 하루 아침에 뚝딱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광복의 기쁨을 돌아볼 오늘 아침, 우리의 미래가 공연히 더 어둡게 다가온다.

안착히 / 한국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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