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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이쯤 더위는 약과(藥果)다

요즈음 뉴욕 날씨가 불볕더위의 연속이다. 삼복 더위 속에 화씨 94도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사실 이쯤 더위야 약과다. 며칠 전 캘리포니아 동부 Death Valley는 화씨 134도, 섭씨 54도까지 올라가 멀쩡한 타이어가 터지고 더위에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심지어 선인장까지 말라 죽었다고 하니 더위가 짐작이 간다. 그러니 94도야 약과 아니겠나.
 
그럼 약과 약과 하는데 약과가 무엇인가. 약과는 조선 시대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던 과자이다. 영어로는 Cookie. 지금은 약과를 만들거나 팔지 않아 좀처럼 볼 수 없다. 나는 초등학교 때 동네 노친네들이 약과 만드는 것을 보기도 했고 먹어 보기도 했다.
 
약과 반죽을 약과 틀에 넣고 건조해 만든다. 그럼 왜 하찮은 일, 기대에 못 미치는 일, 큰일에 비해서 훨씬 적은 일들을 말할 때 “그건 약과다”라는 말이 생겼을까.  
 
이 말은 구한말 영의정 이최응의 뇌물 탐닉에서부터 비롯된 말이다. 이최응은 뇌물을 어찌나 좋아했는지 대소 간에 뇌물을 받지 않고는 일을 처리하지 않았으며 받은 뇌물을 쌓아 놓을 창고를 지었다고 한다. 영의정이 이러하니 뇌물 바치러 온 사람이 줄을 섰고 영의정은 하인을 시켜 뇌물을 받게 하고 뇌물을 비싼 것과 하찮은 것으로 분류하게 하였는데 뇌물 중 제일 하품이 약과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돈 있는 사람이야 금이나 비단을 준비했겠지만 돈 없는 사람은 고작 집에서 약과를 만들어 바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인이 뇌물 보따리를 받으면 즉시 열어 보고 약과가 나오면 크게 실망하여 “겨우 약과 따위를 갖고 와서 무슨 벼슬을 구하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뇌물 운반하는 하인에게 이르기를 “이보게, 이거 약과일세. 저 멀리 갖다 놓게” 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되어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닌 것 또는 감당하기 어렵지 않은 일 등을 말할 때 “그건 약과다”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런 웃지 못할 일이 속어가 되어 속담 아닌 속담으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 의미도 모른 채 그냥 쓰고 있으니 좀 씁쓸하다. 이최응은 대원군 이하응의 형이었는데 대원군은 이런 형의 비리를 알기에 상종을 하지 않았다고 하며 결국에는 임오군란 때 성난 군중들에게 매 맞아 죽었는데 그의 손자 이지용은 이완용과 함께 을사오적의 한 사람이다. 할아버지는 영의정으로 벼슬을 팔아 치부하고 손자는 역적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다.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더위가 심하기는 하다. 특히 나와 같이 세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 힘들다. 그러지 않아도 더운데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가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쯤 더위야 아무것도 아니다. 약과다’라고 생각하고 이겨내기를 바란다.  
 
8월 8일은 입추, 10일은 말복이다. 입추는 가을이 시작되는 날이고 말복은 삼복더위의 끝이 시작하는 날이다. 그 날을 생각하며 더위를 이겨내자. 영어에도 약과라는 표현이 있다. 한번 외쳐보고 힘을 내자.  
 
It’s a piece of cake. Fighting  !

이강민 / 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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