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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도마 위 오른 불공정 ‘교육 대물림’

동문·기부자 자녀 대입 특혜
합격 가능성 최대 7배 높아
명문대 기금 유치 목적 시행

부모 소득, 학력 높을수록
자녀들 '교육 경쟁'서 유리

특권층 고려한 입시는 안돼
대학 기회 공정히 주어져야

민권단체, 교육부에 시정촉구
가주도 레거시 시행 ‘제동’

연방 대법원의 소수계 대입 우대정책 위헌 판결이 나오면서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레거시 입학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레거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 모습. [로이터]

연방 대법원의 소수계 대입 우대정책 위헌 판결이 나오면서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레거시 입학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레거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 모습. [로이터]

연방 대법원이 소수계 대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학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지난 62년간 유지해 온 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수계 우대정책이 폐지되면서 논란이 되는 것이 특혜 입학이다. 그중 하버드대의 동문 자녀 우대정책, 즉 ‘레거시 입학(Legacy Admission)’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법원 판결로 입시에서 인종적 요소가 배제된 것에 이어, 부모의 학력·재력도 고려 항목이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레거시 입학은 대부분의 아이비리그를 비롯해 미국 톱 30위권에 속한 사립대학 중 상당수가 시행하고 있다.  
 
최근 비영리단체 ‘민권을 위한 변호사(Lawyer for Civil Rights·LCR)’는 동문 자녀 및 기부자 관련 학생에게 입학시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는 하버드대의 레거시 제도는 ‘차별적’이라며 연방 교육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단체에 따르면 레거시를 통해 입학한 학생의 70%가 백인 부유층이다.  
 


레거시 학생들의 합격 가능성은 동문 또는 기부자와 관련이 없는 일반학생에 비해 최대 7배까지 높다. 2019년도 하버드 졸업생의 경우 부모나 친척 중에 동문을 둔 학생 비율이 28%로 나타났다. 레거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동문 자녀들의 합격률은 일반학생보다 33% 정도 높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입학 관계자들은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해, 입시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레거시 제도는 동부 명문대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가주 학교 중 레거시를 적용하는 대표적인 대학은 USC, 스탠퍼드대, 샌타클라라대 등이다. 2022년도 USC 합격생 분석에 따르면 1740명이 동문 및 기부자와 관계된 학생이다. 이는 전체의 14.4%를 차지한다. 이중 96%는 동문, 4%는 기부자와 연관된 학생이다. 스탠퍼드대도 287명이 입학해 전체의 13.8%를 차지했다. 92%는 동문, 8%는 기부자 관련이다.  
 
가주의 페퍼다인대, 뱅가드대학, 클레어몬트맥케나 칼리지 등도 레거시를 허용하지만 이들 대학의 레거시 입학 비율은 1.5~3.6%로 USC와 스탠퍼드대 보다는 낮다.  
 
소수계 우대입학 위헌 판결이 나오면서 레거시에 대한 폐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대학입시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특권을 확대하는 레거시 제도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주 하원에도 레거시를 채택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지 말자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레거시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많은 대학들이 입학사정에서 채택하지 않고 있다. 앰허스트, MIT, 존스홉킨스 등은 이미 없앴고 최근에 웨슬리언 대학이 동참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립대학인 UC·CSU(캘스테이트)와 캘텍, 포모나칼리지 등 77개 사립대학이 레거시를 적용하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이 졸업한 가주 리버럴 아츠 대학 옥시덴털 칼리지가 폐지에 동참했다.  
 
대학에서 레거시 입학을 허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부모와 동문의 기부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의 경우 동문과 기부자들로부터 받은 돈이 학교 자선 기금의 45%에 육박한다.  
 
레거시 반대가 힘을 얻고 있지만 대학의 자율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일률적인 규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레거시 제도를 포기하는 대학들은 늘어나고, 대법원 판결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학 교육은 미국인 전체를 위한 것이지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은 아니다.”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데릭 존슨 회장이 최근 연방 교육부에 전달한 메시지다.   
 

SAT 성적, 부모 학력·재력과 비례

 
SAT는 칼리지보드에서 주관하는 대학지원 표준화 시험이다. SAT를 처음 고안할 때의 목표는 대학지원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의 재력·학력 수준과 자녀들의 성적과의 상관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험이 됐다. 즉 부모 학력이 높고 집이 부유할수록 자녀들의 시험 성적이 높다.
 
2014년 SAT 성적과 부모 재산·학력을 분석한 자료가 발표됐다. 그 결과 가구소득이 많을수록 자녀 성적이 높게 나타났다. 가구소득 2만달러 미만인 학생의 평균점수는 1321점(2400점 만점)에 불과했지만 20만달러 이상 가정의 학생은 1714점으로 나왔다. 거의 400점 차이다. 또한 2만달러 미만에서 20만달러 이상까지의 10단계 구분에서 한 단계도 예외없이 ‘수입이 많을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비례’는 지켜졌다.
 
1만~2만달러 가구소득 가정의 학생 점수는 1321점, 2만~4만은 1102점, 4만~6만은 1461점, 6만~8만은 1497점, 8만~10만은 1535점, 10만~12만은 1569점, 12만~14만은  1581점, 14만~16만은 1604점, 16만~20만은 1625점, 20만 달러의 이상은 1714점이다. 가구소득 증가에 맞춰 성적 상승이 정확히 비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AT가 ‘학업 적성 테스트(Scholastic Aptitude Test)’가 아닌 ‘학생 재력 테스트(Student Affluence Test)’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SAT는 2016년 전까지는 수학·독해·작문의 3개 부문으로 치러졌다. 만점은 2400점이었다. 3부문 중에서 수학이나 독해에 비해 작문에서 가정환경에 따른 수험생들의 학력 격차가 컸다. 부유층 학생과 저소득 학생의 작문 점수차이가 평균 78점으로 나타나 수학(75점)이나 독해(72점)보다 높았다.  
 
2016년부터 작문 부문을 없애고 1600점을 만점으로 SAT를 변경했지만 빈부격차에 따른 성적차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170만 명이 치른 2022년 SAT시험의 평균 점수는 1068점(만점 1600점)이다. 주별로도 평균 점수는 차이가 있고 인종별로 우열도 크다. 또한 수학은 남학생이 여학생 보다 우수하고 영어는 여학생이 남학생에 앞서는 전형적인 패턴도 있다. 문제는 빈부에 따른 학력 차이다. 가구수입이 5만1591달러 미만인 학생들의 평균이 914점인 반면 11만244달러 이상 상 가정의 점수는 1161점이다. 무려 250점 가까운 차이다.  
 
부모 학력별로 자녀들의 점수 격차도 뚜렷하다. 2014년 조사에서 고교 졸업장이 없는 부모에서 태어난 학생의 평균 점수는 1294점(2400점 만점), 고교 졸업은 1394점, 2년제 대학은 1434점, 4년제 대학은 1576점, 대학원 이상은 1689점이다. 소득에 따른 점수 상승과 동일한 패턴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시험방식을 개선해 빈부에 따른 성적차이를 조금 줄일 수는 있지만 해결책은 못찾고 있다. 빈곤층 학생이 양질의 교육을 받는 부유층 학생과 경쟁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런 이유로 최근 명문대를 중심으로 입학사정에서 SAT 결과 제출을 폐지했지만 SAT 점수가 높으면 입학에 유리해 우수학생들은 여전히 응시하고 있다. 

김완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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