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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햇볕이 보약이다

나는 가능한 안 가본 데를 여행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내가 몇 살인지 안다. 지금은 매일 5마일 산책을 할 정도로 건강해 가 보고 싶은 나라를 찾아가지만 언제 몸이 말을 안 들을지 모른다. 한 번 가 본 곳은 일단 접어두고 새로운 경험을 가지고 싶다. 글(시·에세이·소설)을 쓰기 전의 여행은 요즘 여행과 많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미리 리서치하고, 예리하게 관찰하고, 의문을 가지고 대답을 찾고, 돌아와 추가 리서치하는 지금과 달랐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찍고, 부지런히 메모하고, 가이드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 7월 마지막 주말 아미시 빌리지를 다녀왔다. 30년 전에 다녀왔으나 자세한 기억이 없고 글로 남겨 두지 않았다.  
 
미국에는 아이리시가 독일계보다 많은 줄 알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챗박스에 물어봤더니 예상외의 대답이 나왔다. 독일계가 두 배 정도 많았다. 아이리시계는 떳떳하게 밝히는데 독일계는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대부분이 이름을 바꾸고 지하로 들어가 적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독일계는 미국뿐 아니라(지금은 대부분이 떠났지만) 중미(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등)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도 많은데 집단촌을 이루어 그들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롱아일랜드 일부 지역에도 독일계가 모여 사는 곳이 있으며 심지어 나치 깃발까지 펄럭이고 있다고 들었다.
 
독일계는 일찍 펜실베이니아에 정착했다. 이 주에는 피츠버그, 해리스버그, 스탈츠버그 등 독일 지명이 많다. 랭카스터 일대에 흩어져 있는 4만여 명의 아미시는 수백 년 전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에 살던 퀘이커교에 속하는 종교집단이 박해를 피해 신대륙을 찾은 독일계다. 이들은 그들의 종교의식과 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미국 법과 규범에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 중 일부를 소개한다.  
 
아미시는 우리 아이들처럼 공립학교에 다니지 않고 One Room School에서 스스로 교육을 한다. 교사는 대개 한 명, 8학년까지 가르치고 고등학교, 대학 과정은 없다. 그들은 부모에게 농사일, 가축 기르는 일, 건축, 장사를 배운다. 16살이 되면 데이트를 할 수 있는데 끼리끼리 혼인해 열 몇 살부터 아이를 낳고, 낙태가 허용되지 않아 한 가정에 아이가 평균 6~7명이 된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태양열을 끌어들여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 대용으로 하고 있다. 아직도 집에서 아이폰, 삼성 갤럭시 등 요즘 휴대폰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소셜 시큐리티 택스를 내지 않아 연금을 받을 수 없고, 의료보험 혜택도 없다.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 현금으로 해결하고, 불치병에 걸려 혼자 감당하기 힘들면 커뮤니티가 도와준다. 비행기를 가능한 안 타고 겨울이면 여러 명이 차로 플로리다 등지로 여행한다. 종교적 이유로 군에 안 간다. 이들이 부딪치는 가장 큰 딜레마는 아이들 교육. 대학을 꿈꾸는 자녀는 집을 떠나야 한다. 어떤 가정의 경우 자녀 7명 중 6명이 대학 진학을 위해 아미시 전통을 포기했다고 한다.
 
하룻밤 묵은 호텔 로비에 이런 말이 있었다. “Sunshine is the best medicine. (←햇볕이 보약이다)” 아름다운 햇살, 맑은 공기, 푸른 숲의 자연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한다. 아미시는 신앙에 기초한 절제 있는 생활에 햇볕을 받으며 들판에서 일하기 때문에 건강하다고 한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느꼈다. 부지런히 햇볕 속을 걸어야겠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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