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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시선] 한미동맹 70주년 (1)-이념 초월한 서사

전후석 다큐멘터리 감독

전후석 다큐멘터리 감독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관련 행사가 대한민국 정부 주도로 미국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군사와 안보 중심으로 시작된 양국의 관계는 이제 경제, 과학, 문화, 공공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그 흔적이 드러난다.
 
‘헤로니모’, ‘초선’ 등 다큐멘터리를 통해 해외 한인의 존재와 그들의 이야기에 천착해온 필자는 여러 관련 행사에 때로는 청중으로, 때로는 발표자로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기념일과 관련해 어떤 ‘서사’를 통해 그 날을 기억하는지 묻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무엇이 그 기념일을 의미 있게 하는가?  
 
필자는 미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고 지금도 대한민국에는 부모님과 많은 친구가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과 미국의 관계가 공고해지는 것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한미동맹 70주년’ 행사들에 등장하는 지배적인 서사에 주목해 본다. 그 서사는 6·25 한국전쟁 때 대한민국을 위해 참전한 미국의 희생적 공로와 공산주의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미국의 경제·안보적 지원에 힘입어 급속한 발전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세계적 지위에 초점을 둔다.  
 
분명 우리가 자랑스러워 할 만한 서사다. 이런 국가 중심적 서사에 필자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동일한 서사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그 선택적이고 불완전한 논리, 그리고 철학적, 도덕적 빈약함에 대해 반추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의문은 지성을 낳는다는 어떤 어르신의 말씀처럼 비판적 사유를 통해 국가적, 이념적 프레임 이상의 서사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 5월 프린스턴 대학에서 진행된 행사에 초청된 몇몇 교수는 한미동맹 70주년에 대한 사유는 1953년부터가 아닌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1882년부터 1950년까지 ‘또 다른’ 70여 년 동안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6·25 이전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을 언급했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식민지 통치를, 미국은 일본의 대한제국 침략과 한반도 통치를 용인했던 역사를 상기시킨 것이다. 성급한 가치판단을 경계하고 국익과 역사의 흐름에 따라 가변적이고 복잡한 국제관계의 성격을 인지해야 함을 꼬집은 것이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바탕이 된 혈맹과 국가적 발전은 숭고한 것이지만 2023년 현재 만약 한미동맹의 근간을 이르는 대서사가 ‘반공주의’ 혹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이념적 틀에 갇혀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외교·정치적 수사는 될 수 있을지언정 현시대를 살아가는 양국 국민의 지적 사유와 시대적 고민의 수준에는 부합하지 못할 것이다. 혹자는 미-중 간 새로운 냉전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차가운 국제관계 현실에서 무슨 순진한 사고냐며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 초월적인 서사를 상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과거 이념대결의 승리라는 프레임을 넘어서는 인류애와 보편성에 기반을 둔 서사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그 서사를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에서 발견한다. ‘디아스포라’란 ‘재외동포’를 지칭하는 학문적 용어로 과거에는 팔레스타인 외의 지역을 유랑하던 유태인들을 지칭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모국 밖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의미한다.  
 
필자는 이 개념을 단순히 지리학적 의미가 아닌 도덕적, 철학적, 인문학적으로 적용해보고자 한다. 즉, 필자가 정의하는 ‘디아스포라’는 미국에 사는 한인들인 동시에 ‘다양한 이들이 모인 사회 안에서 존재하는 이방인적, 혼합적, 소수자적 시선과 정체성’이다.  
 
만약 우리가 한미동맹의 서사를 이념이 아닌 1903년 하와이에 도착한, 아니면 200만 명이 넘는 재미 한인들의 역사와 이야기, 그들의 사유 방식에서 모색해 보면 어떨까.  
 
필자는 ‘한미동맹 70주년’의 대서사를 한인 이민자들의 존재 방식이라는 창조적 시각으로 사유해 보고자 한다.
 
전후석
-UC샌디에이고, 시라큐스 법대 졸업
-뉴욕주 변호사
-다큐멘터리 헤로니모(2019), 초선(2022) 제작

전후석 / 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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