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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

“그 노래는 자신의 깊은 감정을 토로하는 데 전혀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 막노동꾼의 거친 목소리로 불립니다. 그리고 노래의 중간쯤 가수가 우리에게 자신의 가슴이 찢어진다고 토로하는 순간이 나옵니다. 그 감정 자체와,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몹시 애쓰지만 결국 굴복하고 마는 저항 사이의 긴장 때문에 그 순간은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입니다. 톰 웨이츠는 그 소절을 카타르시스를 주는 장중함으로 노래하고, 듣는 사람은 평생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거친 사내의 얼굴이 격한 슬픔으로 일그러지는 걸 느낍니다.”"
 
가즈오 이시구로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전환점들〉  
 
톰 웨이츠의 ‘루비즈 암즈’를 들으며 가즈오 이시구로는 소설 ‘남아있는 나날’의 뒷부분을 수정한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 끝까지 감정적 방어를 유지하던 주인공에게 일순간 얼핏 일별할 수 있는 크고 비극적 갈망을 드러내게 하는 식이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집이다. 목소리에서 영감을 받는 등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노래 속에서 사람의 목소리는 헤아릴 길 없이 복잡하게 뒤섞인 감정을 표현합니다.  내 글쓰기는 여러 가수들, 특히 밥 딜런, 니나 시몬, 에밀루 해리스, 레이 찰스 …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목소리에서 뭔가를 포착하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중얼거렸습니다. ‘아 그래, 이거야. 이게 내가 그 장면에서 포착하고자 했던 거야.’ 내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수의 목소리 속에는 들어 있습니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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