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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내 고향(故鄕)

고향을 찾은 둘째 날, 중·고등학교 졸업 후 흩어져 살다가 이제 만나는 고향 친구 칠 팔명, “이 사람, 누군고”라는 말을 자연스레 나누며 손을 잡았다. 그리고 서로 쳐다보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옛 임을 만나듯 많은 말 대신 죄우로 두리번거려 본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빼앗긴 조국을, 압제 받는 민족을, 잊힌 강산을 사랑하고 그리워한 시인이었다. 그는 유명한 시 ‘님의 침묵’에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라며  잃어버린 조국을 ‘님’으로 표현하며 아파했다.
 
나에게는 고향이 ‘님’이다.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해 고향 경상도 문경과 강원도 홍천, 전라도 전주, 경기도 양평, 서울을 혼자서 유유해 보았다.  미국에 살며 가고싶던 고향 동산, 어린 시절 물을 떠 마시던 샘물에 지금은 찾는 이가 없다. 집마다 전기가 들어오고, 수돗물이 콸콸 나온다. 가는 곳 마다 만났던 정겨운 분들이 감사하고 고맙다. 사랑의 빚을 잔뜩 지고 왔다.  
 
우리 자손들을 생각해 본다. 과연 그들에게 고향은 무엇이고 어디일까? 자손들에게 한국은 그저 가보고 싶은 나라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문화, 교육, 사회, 정치에 익숙해진 나의 삶은 어찌 보면 꿈 같은 현실이다. 또 미국에 와서 예수 믿고, 하나님의 인도 보호하심을 보고 알면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한국사람, 오매불망 내 고향, 그곳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그립다. 두 동강 난 조국의 북쪽에 있는 형제자매들도 궁금하고 아련하디. 이 삼복더위에 어찌 먹고 견디는지?
 
 자손들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그들에게 우리를 이해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 세상은 ‘예’와 ‘아니오’를 구분 할 수 없게 되어가는 것 같다. 고향을 떠난 아브라함이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이삭과 야곱도 이방을 돌다가 믿음대로 태어난 곳, 고향이 아닌 본향을 기리며 살아갔다는 말을 기억한다. 우리는 모두 고향도 타향도 아닌 본향으로 돌아가 그 ‘본향,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고 살게 하여 주심을 감사한다.

변성수 / 교도소 Chaplain·푸른초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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