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풀뿌리 운동이 소녀상 건립 초석"…소녀상 건립 10주년 CARE 김현정 대표
위안부 결의안서 출발…글렌데일 적극 제안
UCLA에는 웹사이트 자료실·위안부 장학금
소녀상의 초연한 자태 이면에는 굴곡의 시간이 담겨있다.
당시 소녀상을 세우는 데 일조했던 김현정 대표(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를 지난 24일 만났다.
김 대표는 “소녀상 건립 운동은 미주 한인 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가져왔다”며 “특히 소녀상 건립의 발단이 됐던 연방 하원에서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는 처음으로 한인들이 힘을 모아 주류 정치권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소녀상 건립 배경은.
“2000년부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때만 해도 한인 사회의 정치력은 미미했다. 풀뿌리 운동의 개념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소녀상 건립의 초석이 됐던 위안부 결의안 통과는 한인만의 힘으로 뭔가를 이루어냈던 사건이었다. 미주 한인사회 풀뿌리 운동 역사의 전과 후는 그렇게 나뉠 수 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한인들이 본격적으로 풀뿌리 운동을 통해 정치력을 다지게 됐다. 가주한미포럼, 시민참여센터, 미주한인풀뿌리컨퍼런스 등의 단체도 그때부터 생겨났다. 이러한 움직임이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위안부 기림비, 소녀상 건립 등으로 이어졌다.”
-왜 글렌데일 이었나.
“소녀상 건립을 요청하려고 각 시 정부와 기관에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보낸 곳만 100곳이 넘었다. 그때 캘스테이트LA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답변이 왔다. 그중 글렌데일 시정부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아르메니안 역사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떤 공감이었나.
“글렌데일 지역에는 아르메니안이 많이 산다. 과거 집단학살 사건 때문에 터키에 대한 반감이 있다. 터키 정부가 이를 계속 부인하고 있지 않나. 일본의 위안부 사건을 비롯한 역사 부정 발언 등이 아르메니안이 가진 역사적 아픔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소녀상 건립 반대 운동이 심했다.
“당시 건립 소식이 알려지자 공청회에 일본계 주민이 100명 넘게 몰렸다. 복도까지 가득 찼다. 그만큼 반대가 극심했다. 당시 반대 발언을 듣고 있던 프랭크 퀸테로 시장의 일침이 기억에 남는다. 위안부 사건이 거짓이라 외치는 일본계 주민들을 향해 ‘당신들은 이런 역사를 가르치지도, 배워본 적도 없으니 모르는 것’이라고 하셨다.”
-철거 소송도 제기됐는데.
“건립 후 3년간 이어진 싸움이었다. USC 교수(고 메라 코이치)가 주도했었다. 대형 로펌을 내세웠다. 승소가 목적이라기보다 우리를 압박하고 소녀상을 세우려는 타 기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라고 봤다. 결국 연방 대법원까지 갔다. 다행히 연방대법원이 일본 측의 소송을 각하하면서 끝이 났다.”
-위안부 역사를 알리기 위한 방안은.
“할머니들이 이제 9명 남았다. 역사적 자료를 남겨두는 게 중요했다, 한국 서강대학교 등과 협업해서 인공지능을 통해 대화형 비디오를 만들었다. 할머니들과 긴 시간 인터뷰를 했다. 질문하면 인공지능이 인터뷰 내용을 골라 답변하는 방식이다. 정확도가 85%다. 내년까지 답변의 정확도를 95%로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쓰일 수 있게 영어 번역 작업도 하고 있다.”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UCLA가 위안부 역사 자료 보관을 위해 웹사이트 자료실을 만들고 있다. 올해 말에 완성된다. 내년 2월부터 LA 사회정의 박물관에서 위안부 역사 자료 전시회가 열린다. 위안부 역사 장학금도 시행 중이다. 한 한인 독지가가 UCLA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대학, 코네티컷대학, 캘스테이트LA,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베사 칼리지 등에 장학금을 기부했다. 이 학교들은 교수 또는 학생에게 매년 1만 달러씩 위안부 역사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소녀상 건립 10주년 행사는
오는 29일 오후 4시 글렌데일 지역 주민 센터인 ARC 건물 앞(201 E. Colorado St)에서 열린다. 글렌데일 소녀상은 지난 2013년 7월 30일에 세워졌다. 서부 지역에서는 최초였다. 전국에서 위안부 관련 상징물(기림비)이 가장 먼저 세워진 곳은 뉴저지주 펠리세이드시 도서관 부지다. 지난 2010년이었다. 글렌데일에서도 원래는 비석 형태로 세워질 뻔했다. 하지만, 글렌데일 시의회가 역사적 의미를 좀 더 체감할 수 있도록 소녀상 건립을 먼저 제안했다. 그만큼 한인과 아르메니아계 사이의 역사적 유대감은 깊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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