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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시장 아닌 기업을 사라!”

CATL. 이젠 익숙해진 중국 회사 이름이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 업체다. 이 회사가 설립된 건 2011년이다. 2013년 2%에 불과했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년 후인 2018년 20%, 다시 5년이 지난 지금은 36%를 넘어섰다. LG엔솔, SK온, 삼성SDI 등을 위에서 누르고 있다.
 
 CATL의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일본 전자·화학 부품 회사 TDK다. CATL 설립자 쩡위췬(曾毓群)은 TDK의 홍콩 자회사 직원이었다. 공학도 출신인 그는 기술 흐름에 민감했다. 입사 10년이 지난 1999년, 핸드폰 시장에 주목한 그는 동료 둘과 함께 배터리 회사를 창업한다. 그때 만든 회사가 ATL(Amperex Technology Limited)이었다.
 
 TDK가 자사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ATL을 인수한 것은 2005년이다. 1억 달러에 지분 100%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TDK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ATL은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쩡위췬은 배터리 시장의 무게중심이 핸드폰에서 전기자동차로 이동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 흐름을 타고 2011년 다시 만든 회사가 바로 CATL이다. TDK는 이때에도 쩡위췬과의 인연을 끊지 않았다. CATL의 지분 15%를 투자한 것. 회사 이름도 기존 ATL 앞에 ‘동시대’라는 뜻을 가진 ‘Contemporary’의 ‘C’를 붙여 지었다.
 
회사 투자설명서에는 두 회사 관계가 끝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업계는 배터리 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금지한 중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숨겨 놨을 뿐, TDK 지분은 여전히 CATL에 살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TDK는 지금도 CATL로부터 기술 로열티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공동으로 배터리 합작사를 세우기도 했다.
 
 윈윈이다. CATL은 TDK의 원천 기술을 이용하고, TDK는 CATL을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 중·일 지정학 리스크도 피할 수 있다. TDK가 ATL·CATL이라는 ‘달리는 호랑이’의 등을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다. ‘작은 장사꾼이 시장을 사려 애쓸 때 큰 비즈니스맨은 기업을 산다’라는 비즈니스 격언을 실현하고 있다.
 
많은 우리 기업이 오늘도 중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기술로 대륙 시장을 잡겠다는 각오다. ‘시장을 사기보다는 기업을 사라!’ TDK 사례는 중국 비즈니스의 또 다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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